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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말의 전쟁 05화

말의 전쟁

제1부 강대국 사이의 줄타기 – 외교의 본능

by 한시을

제1부 4화 작은 나라의 큰 목소리: 중견국 리더십의 조건


▌2025년 상반기, 전 세계 음악 차트를 한국 가수들이 휩쓸었다. BTS에 이어 NewJeans, aespa, (여자)아이들까지. 미국 빌보드에서 K-팝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 드라마는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상위권을 독점하고, 한국 영화는 칸과 베니스에서 수상을 이어가고 있다. 군사력으로는 세계 6위에 불과한 나라가 문화 영향력으로는 미국, 중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힘없는 나라가 세계를 움직이는 법


현대 외교의 패러독스가 있다. 군사력과 영향력이 반비례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는 군대도 제대로 없지만 국제기구의 본부가 몰려있다. 싱가포르는 작은 도시국가지만 아시아 금융의 중심이다. 네덜란드는 인구 1,700만의 소국이지만 유럽연합에서 막강한 발언권을 가지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소프트파워다. 군사력이나 경제력 대신 영향력 확산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위치를 확보한 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GDP 세계 10위, 군사력 6위의 중견국이 문화적으로는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이런 현상이 과연 우연일까?


역사를 보면 비슷한 사례가 있다. 2,500년 전에도 작은 나라가 큰 목소리를 낸 경우가 있었다.


제나라가 선택한 다른 길


기원전 7세기, 춘추시대 중기. 중원에는 여러 강국들이 패권을 놓고 경쟁하고 있었다.


진나라는 변화와 적응을 통해 군사력을 키웠고, 초나라는 남방의 광대한 영토를 바탕으로 세력을 확장했다. 송나라와 정나라는 전통적인 예법을 지키며 권위에 의존했다.


그런데 제나라는 달랐다. 군사력으로는 진나라를 당할 수 없고, 영토로는 초나라에 밀렸다. 하지만 제나라에는 다른 무기가 있었다.


상업과 문화였다.


[당시의 목소리] "제나라는 바다를 끼고 있어 상업이 발달했고, 학자들이 모여들어 백가쟁명의 중심이 되었다. 무력으로는 약했지만 문화적 영향력은 어느 나라보다 강했다." - 《사기》


제나라의 수도 임치는 당대 최고의 문화 중심지였다. 공자, 맹자, 순자 같은 사상가들이 제나라로 몰려들었다. 각국의 상인들이 제나라 시장에서 거래했고, 제나라에서 유행하는 것이 중원 전체로 퍼져나갔다.


군사력은 약했지만, 관계의 변화를 주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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