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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말의 전쟁 06화

말의 전쟁

제2부 실리 외교의 전쟁터 – 무역, 돈, 기술

by 한시을

5화 자원이 무기가 될 때: 공급망으로 하는 외교


▌2025년 3월, 중국이 한국행 희토류 수출을 갑자기 중단했다. 표면적 이유는 "환경보호 정책 강화"였지만, 모든 업계는 알고 있었다. 한국의 대미 반도체 협력 확대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것을. 일주일 만에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폭락했고, 정부는 긴급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조용하지만 치명적인 무기


2025년 외교전쟁의 특징이 있다. 총성 없는 봉쇄다.


군대를 보내지 않고도 상대국을 무릎 꿇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핵심 자원의 공급을 차단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유럽에 가스 공급을 중단해 겨울을 춥게 만들었고, 중국은 희토류 카드로 첨단산업 국가들을 압박했다.


이런 충격과 반응의 외교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자원을 외교 무기로 사용하는 것은 인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다만 지금은 그 파괴력이 훨씬 커졌다. 현대 산업의 공급망 구조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작은 부품 하나가 없어도 전체 생산라인이 멈춘다.


그런데 이런 패턴이 2,600년 전에도 있었다. 춘추전국시대에도 자원을 무기로 사용한 나라가 있었다.


진나라가 소금으로 천하를 흔든 방법


기원전 7세기, 진나라는 고민이 많았다. 영토는 넓지만 대부분이 산지였고, 농업 생산력은 다른 나라들에 비해 떨어졌다. 군사력으로 확장하기에는 주변에 만만한 상대가 없었다.


그런데 진나라에는 독특한 자산이 있었다. 해지(解池)라는 거대한 소금호수였다.


당시 소금은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었다. 생존 필수품이었다. 소금이 없으면 음식 보관이 불가능했고, 소금이 부족하면 사람과 가축이 병에 걸렸다. 지금의 석유나 반도체처럼 절대 없어서는 안 될 자원이었다.


[당시의 목소리] "진나라는 소금을 독점하여 제후들을 조종했다. 소금 공급을 끊으면 어떤 강국도 석 달을 버티지 못했다." - 《관자》


진나라는 이 소금을 활용해 교묘한 전략을 구사했다.


첫째, 가격 조작을 통한 경제 압박이었다. 적대적인 나라에는 소금 가격을 10배로 올려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


둘째, 공급 중단을 통한 직접적 압박이었다. 외교적 갈등이 생기면 즉시 소금 수출을 중단했다.


셋째, 대체재 차단을 통한 완전 봉쇄였다. 다른 소금 공급원을 차단하고 진나라만 의존하도록 만들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진나라는 한 번의 대규모 전쟁 없이도 주변국들을 복속시켰다. 자원이 군대보다 강했던 것이다.


철이 바꾼 게임의 룰


진나라의 성공은 소금에서 끝나지 않았다. 더 강력한 무기가 등장했다. 이었다.


기원전 6세기경, 철기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철로 만든 농기구는 생산성을 혁신적으로 높였고, 철제 무기는 청동 무기를 압도했다.


그런데 철광석이 풍부한 지역은 한정되어 있었다. 진나라는 운 좋게도 풍부한 철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진나라는 소금 전략을 철에도 적용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더 정교했다.


기술 독점까지 함께 했던 것이다. 제철 기술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 숙련된 대장장이들의 이주를 금지했다. 철광석을 팔더라도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만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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