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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말의 전쟁 07화

말의 전쟁

제2부 실리 외교의 전쟁터 – 무역, 돈, 기술

by 한시을

6화 거래하는 외교: 모든 것을 바꿔 치는 시대


▌2025년 4월, 한국과 걸프협력회의(GCC)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인하와 투자 확대가 목적이지만, 실제 거래는 훨씬 복잡했다. 한국은 원전과 K-방산을 팔고, 중동은 에너지와 투자자금을 제공한다. 그런데 여기에 숨겨진 조건이 있었다. 사우디는 한국의 중국 견제 동참을, 한국은 이란 제재 완화 지지를 원했다. 21세기 외교는 이렇게 모든 것이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외교가 장사가 된 시대


현대 외교의 특징 중 하나는 거래적 사고의 확산이다.


과거에는 이념이나 가치를 중심으로 진영이 나뉘었다. 자유민주주의 대 공산주의, 기독교 대 이슬람처럼 타협하기 어려운 원칙들이 외교의 축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모든 것이 교환 가능한 상품처럼 취급된다. 안보도, 이념도, 심지어 인권도 적절한 대가만 있으면 거래 테이블에 오른다.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며 동맹도 손익계산의 대상으로 본 것이 대표적이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통해 인프라 투자와 정치적 영향력을 바꿔 치고 있다. 러시아는 에너지를 팔면서 서구의 제재 완화를 요구한다.


이런 관계의 변화는 전에도 있었다. 2,300년 전에도 모든 것을 거래로 보는 정치가가 있었다.


상인이 된 정치가, 여불위의 계산법


기원전 3세기,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에 특별한 인물이 등장했다. 여불위(呂不韋)였다.


그는 원래 위나라의 부유한 상인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버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가 노린 것은 정치적 권력이었다. 그리고 그 권력을 얻는 방법으로 상업적 사고를 적용했다.


여불위가 조나라 한단에서 만난 사람이 바로 진나라 왕자 자초였다. 자초는 볼모로 잡혀 있는 처지였다. 진나라 왕위 계승 서열에서도 밀려 있어서 앞날이 불투명했다.


하지만 여불위는 달랐다. 상인의 눈으로 투자 가치를 계산했다.


[당시의 목소리] "여불위가 자초를 보고 말했다. '이 사람에게 투자하면 천배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그는 자초를 정치적 상품으로 본 것이다." - 《사기》


여불위의 계산은 정교했다. 자초의 아버지 안국군이 진나라 태자였고, 안국군에게는 아들이 20여 명 있었다. 하지만 안국군이 가장 사랑하는 화양부인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여불위는 여기서 틈새시장을 발견했다.


정치를 상품으로 만든 혁신적 거래


여불위는 체계적인 투자 계획을 세웠다.


1단계: 상품 개발 자초를 매력적인 정치적 상품으로 만들었다. 교육을 시키고, 인맥을 만들어주고, 이미지를 관리했다. 현대의 정치 컨설팅과 똑같았다.


2단계: 마케팅 전략 화양부인에게 자초를 양자로 들이도록 설득했다. 여기에 막대한 뇌물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단순한 매수가 아니라 win-win 구조를 만들었다. 화양부인도 후계자를 얻고, 자초도 왕위 계승권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3단계: 장기 투자 자초가 즉위할 때까지 10년 이상을 기다렸다. 단기 수익을 포기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했다.


4단계: 수익 실현 자초가 진 장양왕이 되자 여불위는 진나라 재상이 되었다. 투자 수익률이 정말로 천 배를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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