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전쟁 없는 전쟁 – 말로 싸우는 시대
▌2022년 12월,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을 지지한다고 발표했다. 외교부는 "보편적 인권 가치를 수호한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도덕적으로는 분명 옳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현실적 결과는 복잡했다. 북한은 즉시 반발했고, 남북 대화는 더욱 경색됐다. 중국도 불쾌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선량한 의도와 달리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개선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남북 관계만 악화됐다. 이것이 도덕 외교의 딜레마다. 옳은 말을 하는 것과 실제 도움이 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외교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도덕과 실리의 균형이다.
모든 나라는 선량하고 싶어한다. 국제사회에서 도덕적 우위를 차지하고 싶어한다. 정의로운 목소리를 내고, 약자를 돕고, 인권을 수호한다고 말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현실은 복잡하다. 선량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때로는 도덕적 순수함이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한국도 이런 딜레마에 자주 빠진다.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를 보면 "가치 외교"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인권, 민주주의, 법치 같은 보편적 가치를 외교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이런 가치들은 중요하다. 한국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방식이다. 어떻게 이런 가치들을 현실에서 구현할 것인가.
2,500년 전에도 비슷한 고민을 했던 나라가 있다. 춘추전국시대의 송나라였다.
춘추전국시대 송나라는 도덕의 화신이었다.
송나라는 은나라의 후예였다. 주나라가 은나라를 멸망시킨 후에도 은나라 왕족의 후손들에게 작은 땅을 주어 제사를 지내게 했다. 그것이 송나라의 시작이었다.
송나라 사람들은 자신들의 정통성을 자랑스러워했다. "우리는 3천 년 역사의 정통 후계자"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예의와 도덕을 무엇보다 중시했다.
송나라의 군주들은 언제나 도덕적 모범이 되려고 노력했다. 전쟁을 할 때도 "정정당당하게" 싸우려 했다. 상대방이 준비가 안 됐으면 기다려줬다. 기습 공격은 "비겁하다"며 하지 않았다.
《춘추좌전》에는 송나라의 이런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기원전 638년 송나라와 초나라가 전쟁을 할 때였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너고 있을 때 송나라 장수가 공격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송양공은 거부했다.
"상대방이 강을 다 건널 때까지 기다리자. 그래야 정정당당한 싸움이다."
▌[당시의 목소리] "송양공은 도덕을 지키려다가 전쟁에서 대패했다. 인자함이 지나치면 오히려 해가 된다." -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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