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전쟁 없는 전쟁 – 말로 싸우는 시대
▌2023년 4월, 한미동맹 70주년 기념식에서 양국 대통령이 "철혈동맹"을 강조했다. "변함없는 동맹", "영원한 파트너십"이라는 표현이 연설문 곳곳에 등장했다. 하지만 같은 해 11월, 한국은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불렀다. 12월에는 일본과의 관계를 "미래지향적 동반자"라고 했다. 심지어 러시아와도 "실용적 협력 관계"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한국에게 진짜 동맹은 누구일까. 아니면 모든 나라가 다 "동반자"일까. 이것이 21세기 동맹의 현실이다. 말로는 "영원하다"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변한다.
현대 외교에서 가장 남용되는 단어가 "동맹"이다.
한국 외교부 홈페이지를 보면 온갖 종류의 "동맹"과 "파트너십"이 나온다. 전략적 동맹, 포괄적 동반자, 미래지향적 협력, 호혜적 파트너십 등등. 마치 전 세계가 한국의 친구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진짜 생사를 함께할 동맹은 몇 개나 될까? 위기가 닥쳤을 때 정말 도와줄 나라는 몇 개나 될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를 보자. 한국은 "국제법 위반"이라며 러시아를 비판했다. 하지만 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 경제 제재에는 참여했지만, 에너지 수입은 계속했다. 선택적 동맹이었던 셈이다.
이런 현상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동맹이라는 아름다운 말 뒤에 숨은 이해관계의 계산을 봐야 한다.
역사를 보면 이런 "동맹의 유연성"은 새로운 게 아니다. 2,500년 전에도 비슷한 일들이 벌어졌다.
춘추전국시대는 동맹의 실험실이었다.
그 시대에는 크고 작은 나라들이 끊임없이 동맹을 맺고 깼다. 오늘 친구였던 나라가 내일 적이 되고, 어제 적이었던 나라가 오늘 동맹이 됐다. 합종연횡(合從連橫)이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합종은 "세로로 연합한다"는 뜻이다. 북쪽에서 남쪽으로 세로로 늘어선 여러 나라가 연합해서 강대국에 맞선다는 의미였다. 구체적으로는 조, 위, 한, 연, 제, 초 여섯 나라가 연합해서 진나라에 맞서는 것이었다.
연횡은 "가로로 연결한다"는 뜻이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가로로 연결해서 진나라와 각각 동맹을 맺는다는 의미였다. 진나라가 다른 나라들을 하나씩 끌어들이는 전략이었다.
흥미로운 건 같은 나라가 상황에 따라 합종과 연횡을 오갔다는 것이다. 위나라가 대표적이다.
기원전 318년, 위나라는 합종 동맹에 참여했다. "진나라의 독주를 막자"며 다른 나라들과 손잡았다. 하지만 2년 후인 기원전 316년, 위나라는 진나라와 별도 협정을 맺었다. 합종 동맹을 배신한 것이다.
▌[당시의 목소리] "위나라는 합종을 배신하고 진나라에 붙었다. 하지만 이것이 현실이다. 영원한 동맹은 없다." - 《전국책》
진나라는 동맹 파괴의 전문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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