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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말의 전쟁 16화

말의 전쟁

제4부 해체되는 질서, 남는 것은 주권뿐

by 한시을

15화 내부의 적: 외교 실패는 안에서 시작된다


▌2025년 8월 25일 오전 9시 20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충격적인 글을 올렸다. "한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숙청 또는 혁명처럼 보인다(WHAT IS GOING ON IN SOUTH KOREA? Seems like a Purge or Revolution)." 한미정상회담 불과 3시간 전이었다. 이어 "그런 곳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다"라며 한국을 강하게 비판했다. 순간 청와대는 비상이 걸렸다. 정상회담 준비팀은 급히 대응 방안을 논의했고, 외교부는 해명 자료를 작성했다. 다행히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상황을 설명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오해였다고 확신한다"며 한발 물러섰다. 위기는 일단락됐다. 하지만 그 3시간 동안 전 세계 언론이 트럼프의 발언을 톱뉴스로 보도했고, 국제 투자자들은 한국 리스크를 우려했다. 더 중요한 것은 다음번에도 이런 해프닝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과연 이 위기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내부 분열이 만든 외교 위기


트럼프의 발언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 뒤에는 복잡한 정보 전달 과정이 있었다.


특별검찰팀이 여의도순복음교회와 통일교 본부, 오산 공군기지를 압수수색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는 내란 및 채상병 특검 수사의 일환으로, 법적 절차에 따라 진행된 정당한 수사였다.


하지만 정보가 해외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이 일어났다. 미국의 마가(MAGA) 극우 세력이 개입한 것이다. 로라 루머는 이재명 대통령 당선 직후 "공산주의자들이 한국을 접수했다"는 근거 없는 주장을 퍼뜨렸고, 고든 창 같은 극우 논객들도 한국 상황을 부정적으로 묘사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트럼프 장남이 간증할 정도로 트럼프 가족과 연결되어 있었다. 이 교회에 대한 수사가 "기독교 탄압"으로 포장된 것이다. 오산 공군기지 수사는 "미군 기지 침입"으로 과장됐다. 실제로는 한국군 시설에 대한 수사였는데도 말이다.


이런 왜곡된 정보가 트럼프에게 전달됐고, 결국 "숙청과 혁명"이라는 극단적 표현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재의 시선] "한국의 내부 정치 갈등이 왜곡되어 해외로 전달되면서 외교 위기를 만들었다. 이는 전형적인 내부 분열의 외교적 비용이다." - 리처드 하스, 외교협회 회장


2,500년 전에도 반복된 패턴


이런 내부 분열의 외교적 파급효과는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에도 똑같은 일들이 반복됐다.


기원전 453년, 진나라에서 한, 조, 위 세 집안권력 다툼이 절정에 달했다. 이른바 "삼가분진" 사건이다. 진나라 내부의 권력 투쟁이 다른 나라들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됐다.


초나라가 가장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초나라는 진나라 내부 세력들에게 각각 다른 조건을 제시하며 이간질을 시도했다. 한씨에게는 영토 확장을 약속하고, 조씨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제안하고, 위씨에게는 안보 보장을 약속했다.


더 교묘한 것은 정보 조작이었다. 초나라는 진나라 각 세력에게 "다른 집안이 너희를 배신할 계획"이라는 거짓 정보를 흘렸다. 그 결과 진나라 내부의 의혹과 갈등이 더욱 깊어졌다.


《전국책》에는 이런 기록이 있다. "초나라 사신이 진나라에 와서 말했다. '한씨가 우리와 비밀리에 손잡기로 했다. 조씨는 모르는 일이니 조심하시오.'"


실제로는 거짓말이었지만, 이미 의심의 씨앗이 뿌려진 상황에서는 모든 것이 의심스러워 보였다. 진나라 세 집안은 서로를 더욱 불신하게 됐고, 결국 진나라는 분열되어 멸망했다.


내부 분열을 이용한 진나라의 전술


흥미롭게도 나중에 통일 진나라는 이런 전술을 더욱 세련되게 발전시켰다.


진나라의 "이간계"는 상대국 내부의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진나라는 각국에 첩자를 보내 권력 구조, 인물들 간의 갈등,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상세히 조사했다.


그 다음에는 맞춤형 공작을 펼쳤다. 상대국의 핵심 인물들을 하나씩 포섭하거나 분열시켰다. 때로는 금은보화로, 때로는 거짓 정보로, 때로는 위협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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