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대신 예배를 선택한 며느리들

1장 명절이 두려운 이유

by 한시을

1회. 올해도 명절이 다가온다


명절 3주 전,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에 한 글이 올라왔다.

"올해도 명절이 다가옵니다."

제목 그 자체가 한숨이었다. 본문은 더 길지 않았다. "벌써부터 속이 울렁거려요. 어떻게 하시나요?"

댓글은 하루 만에 500개를 넘었다.

"저도요. 벌써 악몽 꿔요."
"명절만 되면 공황장애 재발해요."
"제사 생각하면 숨이 막혀요."
"올해는 진짜 못 가겠어요."

2024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명절 스트레스를 '매우 심각하게' 느낀다고 응답한 30-40대 기혼 여성이 68%에 달했다. 10년 전(41%)에 비해 2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명절이 다가오면, 한국의 며느리들은 두려움에 떤다.


명절 카운트다운

32세 A씨는 명절 4주 전부터 달력을 확인한다.

"남은 날짜를 세요. 28일, 27일, 26일... 마치 형 집행일 기다리는 사람처럼."

A씨는 3년 전 결혼했다. 시댁은 전통을 중시하는 집안이다. 명절 당일은 물론이고, 하루 전날부터 시댁에 가서 음식 준비를 해야 한다.

"첫 명절 때는 몰랐어요. 그냥 하루 가는 줄 알았죠. 근데 전날 오후부터 가서 밤새 준비하고, 명절 당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상 차리고... 집에 돌아온 게 저녁 9시였어요."

15시간.

A씨가 명절 하루에 시댁에서 보내는 시간이다.

"남편은? 남편은 거실에서 TV 보고, 조카들이랑 놀고, 친구 만나러 나가기도 하고. 저는 부엌에서 하루 종일 서있었어요."


점점 심해지는 공포

35세 B씨는 명절 2주 전부터 증상이 시작된다.

"잠을 못 자요. 자다가도 제사상 꿈을 꿔요. 음식이 모자라거나, 상을 잘못 차리거나, 시어머니한테 혼나는 꿈."

B씨는 작년 명절 후 신경정신과를 찾았다. 진단은 '명절 관련 불안장애'였다.

"의사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요. 명절 때문에 오는 환자가 요즘 정말 많다고. 대부분 며느리들이래요."

실제로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자료에 따르면, 명절 2주 전부터 명절 직후까지 30-40대 여성의 병원 방문이 평소 대비 34% 증가한다. 주요 증상은 불안, 불면, 소화불량, 두통이다.

명절은 이제 며느리들에게 의학적 스트레스 요인이 되었다.


그냥 안 가면 안 되나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질문이다.

"그냥 안 가면 안 되나요?"

38세 C씨는 3년 전 명절에 가지 않았다.

"아이가 아파서요. 진짜 아팠어요. 열이 39도까지 올랐거든요. 그래서 시댁에 못 간다고 했죠."

시댁 반응은?

"시어머니가 전화하셨어요. '병원 데려다주고 오면 되지 않냐'고. 남편은 혼자 갔어요. 저는 아이랑 집에 있었고."

그 후로 C씨는 가족 모임 때마다 눈치를 받는다.

"시어머니가 친척들한테 말씀하세요. '며느리가 명절에도 안 온 적 있다'고. 저는 아이가 아파서 못 간 건데, 마치 제가 핑계 댄 것처럼 말씀하시죠."

C씨는 그 후로 어떻게 해서든 명절에 간다.

"더 힘들어졌어요. 안 가면 미움받고, 가면 고통받고. 결국 가는 걸 선택했죠. 안 가는 게 더 무섭더라고요."


의무가 된 명절

29세 D씨는 결혼 2년 차다.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명절 준비에서 제외될 거라 생각했다.

"제수씨가 두 명 있거든요. 다들 저보다 나이 많으시고. 그래서 저는 심부름이나 하는 줄 알았어요."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첫 명절 때 시어머니가 그러시더라고요. '며느리면 다 똑같지,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고. 그래서 저도 새벽부터 음식 준비했어요."

D씨는 요리를 못 한다. 혼자 살 때는 배달 음식으로 해결했다.

"생전 처음 전을 부쳐봤어요. 당연히 잘 안 되죠. 그랬더니 시어머니가 한숨 쉬시면서 '요즘 애들은 이런 것도 못 하냐'고."

D씨는 명절이 끝나고 울었다.

"제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어요. 결혼했다고 갑자기 요리를 다 할 줄 알아야 하나요? 근데 남편은 아무것도 안 해도 되잖아요."


비교되는 풍경

흥미로운 건, 같은 며느리들이 친정 명절은 다르게 느낀다는 점이다.

36세 E씨는 추석은 시댁, 설날은 친정에 간다.

"친정 갈 때는 기대돼요. 엄마 보고, 동생들 보고, 조카들 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죠."

E씨는 친정에서도 음식 준비를 돕는다. 시간도 비슷하다. 그런데 왜 기분이 다를까?

"친정에서는 제가 '딸'이에요. 엄마가 '수고했다' 안 하세요. 그냥 '우리 딸 왔네' 하죠. 근데 시댁에서는요? '며느리 구실'을 해야 해요. 일을 안 하면 눈치 받고, 일을 해도 인정 못 받고."

E씨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말했다.

"친정은 존재만으로 환영받는 곳이고, 시댁은 노동해야 자격 생기는 곳이에요."


통계가 말하는 현실

숫자는 명확하다.


[현재의 데이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절 스트레스 실태조사 (2024)

명절 스트레스 '매우 심각': 기혼 여성 68% vs 기혼 남성 12%

명절 전 불안장애 증상: 30-40대 여성 34% 증가

명절 후 병원 방문: 여성 소화기내과, 신경정신과 집중

명절 음식 준비 주도: 며느리 84%, 딸 12%, 아들 3%

명절 평균 노동시간: 며느리 14.2시간, 남편 0.8시간


명절은 남성과 여성에게 완전히 다른 경험이다.

남성에게 명절은 쉬는 날.
여성에게 명절은 일하는 날.

며느리들은 이것을 안다.
그래서 두렵다.


의례 이론으로 보는 명절

의례 연구자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그의 저서 『Ritual』에서 의례의 세 가지 기능을 제시한다.

집단 결속 (Collective Effervescence) - 함께하는 느낌

정체성 부여 (Identity Formation) - 내가 누구인지

불안 완화 (Anxiety Reduction) - 심리적 안정

명절 제사는 의례다. 그렇다면 며느리에게 이 세 가지를 제공하는가?

집단 결속: 부엌에 혼자 있는데?
정체성 부여: "며느리 구실" = 긍정적 정체성?
불안 완화: 오히려 불안 증가.

의례가 작동하지 않는다. 며느리에게 명절 제사는 의례의 기능을 전혀 수행하지 못한다.

지갈라타스는 말한다. "의례가 제 기능을 못 하면, 사람들은 그 의례를 떠난다."

그래서 며느리들이 명절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작은 탈출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도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올해는 교회 가겠다고 할까요?"
"명절에 교회 행사 있다고 하면 안 가도 되나요?"
"교회 다니시는 분들, 명절 어떻게 하세요?"

며느리들은 탈출구를 찾는다.

명절이 두렵다.
제사가 고통스럽다.
그래서 다른 선택을 한다.

교회라는 이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