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 대신 예배를 선택한 여자들

1장 명절이 두려운 이유

by 한시을

2회. 시댁 제사는 하는데, 친정 제사는 왜 못 해요?


명절이 지나고 며칠 후,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한 글이 올라왔다.

"친정아버지 제사 지내고 싶은데 오빠가 싫대요."

글쓴이는 40대 중반 여성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3년. 친정오빠는 해마다 제사를 지내지만, 여동생인 글쓴이는 단 한 번도 참여하지 못했다.

"오빠 말이, 여자가 제사에 끼면 안 된다고. 시집갔으면 남의 집 사람이라고. 그런데 저는 시댁 제사는 매년 가거든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음식 준비하고. 남의 집 조상 제사는 하면서, 왜 내 아버지 제사는 못 지내는 건가요?"

댓글은 순식간에 수백 개가 달렸다.

"공감요. 저도 똑같아요."
"이게 2026년 대한민국 현실입니다."
"친정 제사 가고 싶다고 하니까 남편이 이상하게 봐요."


이중 소외의 구조

36세 D씨를 만났다.

"친정엄마 제사 때가 제일 힘들어요."

D씨의 어머니는 5년 전 돌아가셨다. 오빠가 제사를 주관하는데, D씨는 초대받지 못한다.

"처음엔 몰랐어요. 당연히 가는 줄 알았죠. 그런데 오빠가 '제사는 장남이 지내는 거다. 네가 오면 형수가 불편해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시댁 제사는?

"매년 가죠. 시할아버지, 시할머니, 시아버지까지. 1년에 세 번이요. 제가 음식을 거의 다 준비해요."

D씨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말했다.

"이상하지 않나요? 내 엄마 제사는 못 지내면서, 남편 할아버지 제사는 지내잖아요. 저한테 시할아버지가 누군데요. 한 번도 못 봤는데."


분노하는 여동생들

29세 E씨는 더 직설적이다.

"제 친오빠가 제사 지낼 때마다 SNS에 올려요. '아버지 제사 정성껏 모셨습니다' 이러면서. 근데 저한테는 연락도 안 해요. 여동생은 제사에 낄 자격도 없나봐요."

E씨는 작년부터 시댁 제사도 거부하기 시작했다.

"오빠한테 물어봤어요. '내가 시댁 제사 가는 거 어떻게 생각하냐'고. 오빠가 뭐래요? '그건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E씨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서 말했죠. '그럼 나도 친정 제사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오빠 말이 걸작이에요. '그건 다르다'래요. 뭐가 다른데요?"


오빠는 제사 지내는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질문이 있다.

"왜 오빠는 되고 나는 안 되나요?"

통계를 보면 더 명확해진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친정 부모 제사에 참여하지 못하는 딸의 비율은 78%였다. 반면 시댁 제사에 참여하는 며느리 비율은 92%에 달했다.


[현재의 데이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 의례 참여 실태 조사』(2023)

친정 제사 참여 못하는 딸: 78%

시댁 제사 참여하는 며느리: 92%

제사 음식 준비 주도자 (며느리): 84%

제사 음식 준비 주도자 (아들): 3%

친정 제사 참여 거부 이유 1위: "시집간 사람이라서" (67%)


38세 F씨는 이렇게 말한다.

"친정오빠네 집 가면 올케가 혼자 음식 준비해요. 저도 도와주고 싶은데 오빠가 '손님처럼 있어'래요. 근데 시댁 가면 저는 주방에 있어야 하고요."

왜 친정에서는 손님이고, 시댁에서는 일꾼인가?

"결혼하면 시댁 사람이 되는 거래요. 그럼 친정하고는 남이 되는 건가요? 내 부모님인데."


출가외인의 논리

33세 G씨는 친정어머니 제사 때 겪은 일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엄마 돌아가시고 첫 제사였어요. 당연히 가는 줄 알았죠. 근데 오빠가 전화해서 '오지 마'라고 하더라고요."

이유를 물었더니?

"시집간 딸이 제사에 오면 친정 재산이 나간대요. 그런 미신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엄마 제사에 가는 것뿐인데, 재산 노린다는 식으로 말하더라고요."

G씨는 그날 집에서 혼자 울었다.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제사도 못 지내요. 오빠는 매년 하는데 저는 평생 못 하는 거예요. 제가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양쪽에서 배제당하다

의례 연구자 디미트리스 지갈라타스는 그의 저서 『Ritual』에서 이렇게 말한다.

"의례 참여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공동체 구성원임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의례에서 배제당한다는 것은 단순히 행사에 못 가는 게 아니다. "너는 우리 편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받는 것이다.


[지갈라타스의 이론]

의례는 경계를 만든다. 참여하는 사람과 배제되는 사람을 구분한다. 제사라는 의례를 통해 가족 구성원이 정의되고, 누가 '진짜 가족'인지가 결정된다.


딸은 친정 제사에서 배제됨으로써 "너는 더 이상 이 집안 사람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받는다. 동시에 시댁 제사에 강제 참여함으로써 "너는 이 집안의 일꾼이다"라는 위치를 부여받는다.

친정에서는 가족이 아니고,
시댁에서는 가족이지만 일꾼이다.

이것이 한국 여성이 경험하는 이중 소외의 구조다.


인정받지 못하는 그리움

34세 H씨는 매년 아버지 제삿날이 되면 혼자 성당에 간다.

"오빠네 집이 아니라 성당에 가요. 거기서 아버지 위해 미사 드리고."

왜 성당인가?

"친정 제사는 못 가니까요. 성당 가서 기도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예요."

H씨는 3년 전부터 성당에 다니기 시작했다.

"처음엔 아버지 제삿날만 갔는데, 점점 자주 가게 되더라고요. 성당에서는 아무도 저보고 '시집간 사람'이라고 안 해요. 그냥 '하느님의 자녀'래요."

H씨의 말에는 씁쓸함과 동시에 안도가 섞여 있었다.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온전한 구성원이 아니니까. 차라리 교회 공동체가 나은 거죠."


통계가 말하는 진실

숫자는 더 명확하게 보여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24년 추가 조사에 따르면:

친정 제사 참여를 원하는 딸: 89%

실제 참여 가능한 딸: 22%

차이: 67%포인트

이 67%의 여성들은 어디로 가는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오늘도 이런 글들이 올라온다.

"친정 제사 못 가게 하면서 시댁 제사는 왜 강요하나요?"
"내 부모는 남의 부모고, 남편 부모는 내 부모라는 말인가요?"
"양쪽 다 제사 안 지내는 핑계가 필요해요."

그리고 가장 많이 달리는 답변.

"교회 다니세요. 제사 안 지내도 되는 이유가 생겨요."


경계 밖의 사람들

41세 I씨는 지난해 친정오빠와 크게 싸웠다.

"어머니 제삿날 제가 음식을 만들어서 보냈어요. 오빠네가 준비하기 힘들까 봐. 근데 오빠가 화를 내더라고요. '출가외인이 왜 이런 걸 하냐'고."

I씨는 그날 깨달았다고 한다.

"아, 내가 진짜 남이구나. 친정에서도 시댁에서도."

I씨는 그 후 2년간 교회에 다녔다.

"교회는 적어도 저를 남으로 안 봐요. 가족이라고 해요. 진짜 가족인지는 모르겠지만, 친정이나 시댁보다는 나아요."


이중 소외의 고통

이중 소외.

친정에서는 "시집간 사람"으로 배제되고.
시댁에서는 "며느리"로 착취당하는.

이 구조 속에서, 여성들은 제3의 공동체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지갈라타스의 말처럼, 의례는 공동체를 만든다.
그렇다면 한국의 제사 의례는 누구를 위한 공동체를 만들어왔는가?

아들과 아버지.
시어머니와 며느리(착취 관계로).

딸은 없다.
며느리는 있지만, 온전한 구성원이 아니다.

이 질문의 답은, 왜 그토록 많은 여성들이 제사를 떠나 예배로 향했는지를 설명해준다.

양쪽에서 배제당한 사람들이
새로운 공동체를 찾아 떠난 것이다.

keyword
이전 02화제사 대신 예배를 선택한 며느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