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년 3월 14일
박 노 빈
산업혁명의 냄새
오천 년 동안 살던 농촌을 버리고
19공탄 냄새 자욱한
구로 공단이 보이는 산동네에 삼륜차가 섰다
이삿짐과 함께 조수석에 타고 먼저 도착했다
오학년 아이에게는 너무 먼 거리였다
차멀미인 줄도 모르고 비칠비칠 섰는데, 아버지의 귀퉁배기 같은 불호령
- 야, 짐도 안 나르고 도대체 뭐해?
번쩍 정신이 들었다
여기 도덕산은 고향 수정산처럼 벌거숭이 산이 아니었다
우린 아직 농업국이었는데, 여기는 벌써 산업혁명을 지나
일본이 발명한 연탄 덕에, 빽빽한 나무를 자랑하고 있었다
야트막하기 그지없는 붉은 흙벽돌집, 루핑 지붕에 단칸방
연탄아궁이 하나가 부엌의 전부
목소리 크기대로 금만 그으면 나라 땅이 내 땅이 되나니
어른 키가 닿을 정도의 전봇대에서 거미줄처럼
수많은 흰 전선이 집과 집을 연결하고
축대는 배가 불러져서 제비집처럼 다진 집터들이 정상을 향해서 다닥다닥
우리 오 남매가 함께 앉아도 될 만큼 널찍했던 화장실이
성냥갑만큼 작아져서 한사람이 앉기도 옹색했다
‘새마을운동’으로 초가지붕을 고친 안채 사랑채
집터 이백 평을 쌀 일곱 가마 반에 죄 팔고, 다른 집들처럼 무작정 상경
등잔 밑 왕자는 전등 밑 거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