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트춤을 춥시다
박 노 빈
쪼그려 앉으며 일어서며
재재빠르게 앞꿈치 뒤꿈치를 바꿔서 비비며
몸을 끊임없이 신명 나게 비틀어댄다
외가 동네 큰 마당에서
네 살 먹은 내가
그때 열열한 관객이던 사촌 형 둘은 가수가 되었다
승냥이가 나오는 입석재 고개
사십리 길을 업으며 걸으며 도착한 회갑 잔치 집, 이천 서경리 보뜰
찌꾸를 잔뜩 발라서 머리칼을 한껏 올리고
롱코트에 흰 와이셔츠에 넥타이에 넉넉한 미소를 보이는 스타의 아버지와
젊은 엄마, 사이에는 방금 공연을 마친 스타가 대여섯 줄 빽빽이 늘어선
온 동네 사람들 속에 어리둥절 서있다
- 이제 가면 언제 오나
- 어 허어어, “딸랑!”
상여에 높이 올라 방울을 울리며 상여꾼들을 지휘하고
상여소리를 구슬프게 잘하는 선소리꾼
여자 친구 아버지 곱추춤을 재미있게 감상하고
- 애공 찌공 딸래공, 애공애공 찌공찌공 딸래공딸래공,……
하며, 발을 딛을 때마다 소리가 났다는, 옛날 얘기를 잘 들었으니
나도 트위스트춤을 췄다
동네방네 공연을 다니는 꼬마 비 보이가 되었다
영어를 잘하는 ‘서울 작은 할아버지’ 덕분이다
축음기가 울리면 큰집 대청마루는 트위스트 춤꾼들로 가득하다
할아버지 오토바이는 흙먼지를 날리며 17번 국도를 60마일, 100마일로 달렸다
어린 나를 뒤에다 싣고
- 따다다닥, 따다다닥
동갑내기 아재와 총싸움이 한창이다
산소 하나 있는 잔디밭 놀이터, 개구쟁이 아재와의 싸움터에서
서울 할아버지들의 선물, 예쁜 색깔이 칠해진 나무 따발총을 메고
네 줄뿐인 미니 기타로도 사촌 형과 형은 노래를 곧잘 연주했다
무대 위에서 드럼을 멋지게 치고 있는 스타가, 우리 형이라니!
동네가 떠나갈 듯 울리는 소리에 이끌려 가서
거칠 것 없이 난무하는 청년들의 고고춤을 보며
맨 뒷줄에서 혼자 수줍게 수줍게 따라 하려던 까까머리는, 화들짝 놀랬다
아는 이 하나 없는 동네 콩쿨 대회였다
돈 찍는 은행에 다니시던 연희고모의 언니가
한달 동안 서럽게 눈물을 그치지 않던
서울 백화점 멋쟁이 신사, 갓 서른 영화배우 외모의 큰아버지의 폐병사
갓 시집온 우리 어머니
- 큰집 아랫목에 둘이 나란히 앉아있는데, 네 큰아버지가 신랑인 줄 알았지 뭐냐? 인물이 좀 훤해야지!
멸문지화의 갈림길
미륵님 가호, 간절한 목소릴 들으시다니
절 낳으신 게
겁을 돌아오신 당신
남인수 따라 가수가 되려 했던 큰아버지
속리산 졸업여행 선물로 큰엄마 것만 챙긴 형
인근 동네의 참새 수천 마리와 토끼와 꿩과 큰집 마당의 성냥골을 여러개 명중시키고, 못자국 낸 깡통으로 납을 녹여 총알로 쓰던 백발백중의 꺾기총과
우리 형제의 자랑, 인근 동네 얼음판의 대스타, 만들기가 특기인 아버지의 최대 걸작, 최고 시속의 썰매 양 밑에
스케이트 썰매 날을 남기신 분
땅거미 내리면 얼음장이 다 쩡쩡 금이 가다가 출렁출렁하는 고무다리가 되고
느린 썰매가 얼음장 밑으로 빠질 때까지
숯불을 살리며 바람을 가르던
우리 놀이터 오리나무 숲 길
양달말에서 응달말까지 이어지는 넓디 넓은 논배미
나보다 한 살 위, 두 살 아래 동생, 어려서 죽은 우리 맏형과 동갑이라는 백암면 만년과장인 대형
우리 아버지 '박서기'처럼
누나들 나이도 겹치는
아버지의 육이오 전우 헌병 출신의 칠촌 아저씨 댁 논
오래된 가죽이 먼지를 잔뜩 뒤집어쓰고 큰집 구석을 지키던
스케이트 낡은 가죽 구두
체신공무원 고위직을 지낸 분
대청 마루에 높직이 걸린 얼굴, 하늘 높은 곳을 응시하고, 하늘로 곧 날아갈 듯한 큰아버지
큰아버지를 따라 딴따라가 되고 싶었던 형
칠촌 아저씨처럼 예비역 군사경찰
헌병은 조커처럼 모든 계급장 위다 딱지 세계에서
- 뭐, 별이 몇?
가수의 아빠가 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