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를 기다리는 논 2

- 조비산에서

by 박노빈



모내기를 기다리는 논·2


-조비산에서


박 노 빈




쪽삐산


정상석을 말 삼아 앉아 사진을 찍는다


넓적한 정상석을 안고 있어도


이 내몸이 이 큰 돌과 함께 천야만야한 산밑으로


떨어져 나갈 듯하다


국기 게양대를 잡고 산 밑을 보아도 오금이 저린다




초등학생 시절 멀리만 보이던 이 산은


큰 바위 덩어리를 머리에 인 가분수였다


길인지 아닌지 분간이 어려운 울퉁불퉁한 바위투성이


가파른 산길을 올라


까마득한 바위 절벽 위에 서니


모내기를 기다리며 논물을 가득 담고 있는 드넓은 백암 들판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마스크 없이 삼년만에


사진을 찍는 우리 사이를


해외여행 자랑하며


제비가 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임종도 못하고 화장장이 없어 칠일장을 치룬 상주가


효조가 되어


발 밑에서 난다.




사월 초파일을 하루 앞둔 오늘


조천사 앞뜰에 할머니가 서 계신다


우리 큰집 바깥마당 언덕 위를


큰 그늘로 지키던 살구나무다




이때쯤이었을까


신록이 한창이라서 신록에 맘을 빼앗기고 오를 때


신록 사이에서 보일 듯 말듯 찬연히 빛나는 연분홍 생령


철쭉꽃


먼지 쌓인 역사책 속에서 웃으며 나타나는 수로부인이다


꽃보다 예쁘냐고 묻는 허난설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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