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세 살 때 교통사고로 3도의 중화상을 입고 40번이 넘는 수술을 이겨 낸 저자는 ‘지선아 사랑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다. 꽃다운 나이에 갑작스러운 사고였다. 생사를 오갔다. 지금 여기까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성장해온 저자에게 먼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오늘 그녀는 인생에서 트라우마를 겪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자신의 아픔을 회피하지 않고 그 아픔을 쓰고 흘려보내는 과정을 통해 자기를 객관화하고 재구성할 수 있다. 그 끝에는 쾌 괜찮은 해피엔딩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소망을 품게 된다. 저자의 말에 공감이 된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흘려보내고 거품처럼 부풀려 있던 불필요한 것들이 제거된다. 결국 알맹이만 남게 된다. 똑같은 상황을 다시 보게 되고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계속 쓰다 보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을 기대하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더 나아가 인생의 변화를 발견하게 된다. 때로는 나를 힘들게 하는 것과 거리를 둘 수 있다. 즉 글쓰기는 자기 자신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기고 회색빛이었던 인생에 점차 희망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외상 후 성장(PTG, post-traumatic growth)’이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경험한 후 역경이나 시련의 결과로 긍정적인 심리적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아픔이 아픔으로써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아픔이 나를 성장하는 토대로 본다면 어떨까? 이것은 계속 글을 써야 맛볼 수 있는 경험이다. 평소 아픔은 아픔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글을 씀으로써 지금 현재 겪고 있는 역경과 시련이 달리 해석되고 잘 보이지 않던 희망과 가능성을 보게 된다.
글쓰기는 외부의 소리를 음소거하고 오로지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이다. 아주 고요한 가운데 자기 자신과 대면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말하고 싶다.
“감정, 고통스러운 감정은 우리가 그것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묘사하는 바로 그 순간에 고통이기를 멈춘다.”
-스피노자 ‘윤리학’ 중에서
지금 마음속에 일렁이고 나를 덮쳐버릴 것 같은 파도를 적어내려 가보자. 내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폭풍은 지나가고 넘실대는 저 수평선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사람들은 착각한다.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회피하고 묻어두고 보지 않으면 해결되었다고 믿는다. 내 눈을 가린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는 허리케인처럼 몰아치는 감정과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 직면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글쓰기이다. 지금 겪고 있는 문제와 감정 소용돌이를 쓰면 두렵고 불안하기만 했던 요소들이 사라지고 다른 각도 즉 객관적인 시선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글쓰기는 자신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고, 수동적이고 회피적인 삶에서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삶의 주인공으로 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저자처럼 인생의 아주 절망적인 경험을 하지 않았지만 저마다 고유한 고통과 아픔은 가지고 있다. 그 고통과 적당한 시간에 헤어져서 그다음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다. 과거의 고통에 갇혀서 피해자로 살지 말고 툭툭 털고 일어나 앞으로 한발 나아갔으면 좋겠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마음에 쇳덩어리 하나가 들어앉아있던 기분으로 지난주 밀렸던 첫 글을 쓰고 있었다. 이지선 작가는 지금 이 순간 느끼는 아픔과 슬픔을 위로해주었다. 나만 겪는 아픔이 아니다. 그러니 피해자도 아니다. 누구나 각자의 고통을 안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 너도 툭툭 털고 일어나 같이 걷자고 손짓하는 것 같다. 나는 조금만 힘들어하기로 했다. 앞으로 예기치 않은 어떤 만남이 있어도 잘 헤어지고 다음의 과정으로 나아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