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비아토르 Oct 06. 2022

미지의 세계는 무한하다

변화는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지는 것이다. 두려움이란 두려운 느낌이다. 두려움은 불쾌, 고민, 걱정, 신경질, 긴장, 무서움, 병적 공포 등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의 심리적 두려움은 대체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지도 모르는 것에서 비롯된다.

변화와 두려움의 사전적 정의를 먼저 찾게 된 것은 현재 나는 변화가 두렵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왜 변화가 두려울까? 질문을 던지게 된다. 


변화는 현 상태가 바뀌어 달라지는 것이다. 바뀌고 달라진다는 의미는 뭘까? 아마도 예측 가능한 변화라면 두려운 마음은 덜 할 것이다. 5년이란 시간을 휴직했다. 사람과 환경, 그리고 업무가 다 바뀐다. 이런 의미에서 내 앞에 놓인 변화는 불확실성과 통제력이 상실한 상태이다. 한마디로 미지의 세계라는 뜻이다. 알 수도 없고,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나는 이성적이고 예측 가능하게 틀을 만든다. 의문이 들면 구체적인 답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금 이 상황이 더더욱 힘들게 느껴지는 것 같다. 아마 잘되든 못되든 모험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이 변화를 다르게 해석하지 않았을까? 나는 모험을 즐기는 사람은 아닌가 보다.


변화가 두렵다고 느낄 때 과거의 변화를 되돌아본다.

-전미영


직장의 변화가 여러 번 있었다. 그때마다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시간이었다. 일반 사무직, 정신병원, 정신보건센터, 교도소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변화는 내가 선택한 것이고 성장을 위한 발판으로 믿고 나아갔다. 그럼에도 처음 발을 내딛으면 설레고 기쁜 것보다 나를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이었다. 막연한 두려움이 있긴 했어도 그것보다 큰 것은 그 세계를 알고자 하는 기대가 컸다. 미지의 세계는 나의 서투름을 보아야 했다. 탁월함이 부족했던 노력형이다. 스스로에게 부여한 책임감과 성실함으로 삶을 직면했다. 솔직히 뼈를 깎는 시간이었다. 관계적인 면과 일적인 면 모두가 그랬다. 나의 미성숙하고 취약한 어떤 부분이 드러났을 것이라 생각된다. 되돌아보면 힘든 과정이었지만 그 덕분에 성장했고 삶의 지경이 확장된 것은 분명하다. 


또다시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딛는다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나를 보면 겉보기처럼 강하고 명랑하고 뭐든 할 것 같은 사람은 아니다. 소심하고 유약하기 짝이 없으며 때론 혼자 구석에서 울고 있다. 주위 사람들은 말한다. “너는 그렇게 길게 휴직하고 다시 갈 곳이 있어서 좋겠다.” 그 말도 맞는 말이다. 어떤 상황을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그 상황은 확연히 달라진다. 내가 어두운 측면만 보고 있다면 누군가는 밝은 측면을 보고 있으니까. 


어떻게 보면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내딛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엇이든 척척 잘해서 인정받고 당당하고 싶은 욕심이 커서 이러한 두려움이 증폭된 것은 아닐까? 하는 나름의 해석도 해본다. 되돌아보면 휴직을 결심하고 5년의 장기 휴직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두렵고 불안했는지 기억한다. 다른 사람들은 저 높은 고지를 향해 열심히 달리는데 나만 레이스에서 빠져나와 하산하는 느낌이었다. 이렇듯 익숙한 환경에서 새로운 변화는 두렵다. 


두렵다고 지금의 익숙한 상황에 한정 없이 머물 것인가? 그럴 수도 없다. 지금의 익숙한 상황도 언제 어떻게 변화가 일어날지 알 수 없다. 인생은 불확실성과 통제력 상실의 연속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오히려 자발적인 선택에 의해서 변화하는 것은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길이고 그나마 통제력을 어느 정도 쥐고 있는 격이다. 


언제부터 이 시간에 익숙했던가? 지금 일상도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에 원래라는 건 없었다. 주말부부였고, 타 지역에서 워킹맘으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휴직이라는 변화를 통해 매일 가족들과 마주하고 남편의 저녁식사를 챙겨줄 수 있었다. 또다시 변화의 기점 앞에 섰다. 올해 초 코로나 확정 판정으로 21일의 격리를 하며 읽은 ‘의미의 지도’라는 책을 통해 용기를 얻었다. 다시 그 문장을 되새기며 마음을 다진다. 


예상치 못한 사건은 새롭고 유용한 정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암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예측 가능한 대상 역시 한때는 미지의 영역에 있었고, 적극적인 탐색 및 적응 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 유익한지 해로운지, 우리와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예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지의 세계는 무한하다.

조던 B. 피터슨, 의미의 지도, 앵글 북스, 2021년, p117


변화 즉, 미지의 세계는 두렵다. 거기에 하나를 더 추가하면 미지의 세계는 두렵지만 무한하다. 두려움을 딛고 미지의 세계를 딛고 나면 무한한 영역이 펼쳐질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때론 힘들고 지칠 수 있고, 즐겁고 설레기도 할 것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그 감정에 몰입하기보다 두 가지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자. 어떤 상황이든 내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천양지차다. 세상은 내가 보고 싶은 만큼, 믿는 만큼 나타난다. 지금은 복직이 바로 닥친 것이 아니라 일정기간 여유가 있어서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기는 건 당연할 수 있다. 너무 스스로를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점검하고,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작가의 이전글 역경을 다시 쓰면 성장이 될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