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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Oct 11. 2022

왜 변화가 두렵지?

삶은 변하기를 거부하여도 계속해서 변한다. 변화란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지는 것이다. 그것이 성장이 되었든 쇠퇴가 되었든 진행된다. 계속되는 변화 속에서 왜 두려운 감정이 들까? 변화에 충분히 노출되었다면 이제는 적응되어 저항이나 회피는 안 하고 받아들일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을까? 


여기서 두 가지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예상된 변화이다. 구체적이고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가 있다. 변화가 있는데 추상적이고 막연하다 보니 주저하여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이를 테면 시험, 결혼, 출산, 노화, 죽음 등이다. 경험해보지 않았고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예상되지 않은 변화이다. 이것은 두려움을 느낄 찰나도 없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처럼 변화가 오는 것이다. 그것은 긍정적 변화와 부정적 변화가 다 포함된다. 변화를 두 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조금은 불편하긴 하나 현상적으로 보았을 때 그렇게 나뉠 수 있음을 말하고 싶다. 


인생을 오래 살지 않았지만 변화라는 게 두부 쪼개듯 명확하게 두 개로 분류하기 힘들다. 당장의 긍정적 변화가 결과적으로 안 좋게 될 수 있고, 또 부정적 변화가 더 나은 성장과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변화만으로 판단하기는 곤란하다. 다만 갑작스럽게 찾아온 어떠한 변화를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서 반응하고 해석하는지에 더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변화를 두 가지로 정리하고 보니,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예상되는 변화에서 나타남을 알게 되었다. 갑자기 찾아온 변화는 두려움을 느낄 겨를도 없고 변화를 받아들이고 그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적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변화는 심리적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예상되는 변화는 생각이 많아지고 이어서 감정이 복잡하게 얽히게 된다. 이것은 앞으로 나타날 변화에 대해 자기를 방어하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라고 본다. 눈앞에서 철창에 갇힌 사자가 금방이라도 쇠창살을 열고 내 앞으로 뛰쳐나올 거라고 상상해보라. 몇십 초의 간격이긴 하겠지만 그 사자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자기를 지키려 하지 않을까? 인간의 자기 보호본능이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제 복직을 해서 직장조직에서 새로운 인간관계와 업무의 적응을 해야 한다. 당장 주말부부를 하며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머릿속에서는 계산기를 두드리게 된다. 머릿속의 계산기는 생각보다 많은 오류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현재를 살뿐 아무리 미래를 예측하려 해도 한계가 있다. 정확히 딱 떨어지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이러한 생각이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불러온다. 두려움은 또다시 불안, 우울, 무기력, 긴장을 소집한다. 


인생에서 변화는 필수이다. 그 변화에 두려운 것도 당연한 것이다. 왜 변화가 두려운지 묻는다면 앞서 언급했듯이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적인 태도이다. 외부로부터 위험이 감지되면 일단은 자기를 보호하고 지켜야 살아남는다. 인간에게 있어 늘 있어왔던 변화는 어쩌면 위험요소로 느껴질 수 있다. 정확히 예측할 수 없고 구체적이지 않기에 막연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애써 알려고 애를 쓰고 예측을 해보지만 그 변화에 직접 몸을 담가 보기 전까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변화가 예상되는 시점과 변화를 직접 맞이하는 그 사이에서 계속해서 두려움을 느낄 수 있다. 두려움에 꼼짝 못 하고 주저하고 머뭇거릴 것인가?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어쩌면 두려움은 인간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지만 실체를 알 수 없는 허상이기도 하다. 손으로 잡을 수 없고 실제 눈으로 볼 수 없다. 단지 마음속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인생에 있어서 유일하게 진정한 안정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생의 불안정을 맛보는 데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스캇 펙, 『아직도 가야 할 길』, 열음사, 2004년, 196p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두려움을 잘 다루는 일이다. 변화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좋고 나쁨으로 분류될 수 없다. 우리 안에 일어나는 감정은 나를 표현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다만 어떠한 감정에 너무 매몰되어 일상의 균형을 해치고 있다면 그 감정을 다루는 기술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게된다. 두려움은 주저하고 머뭇거리게 만든다. 두려움에게 말을 걸어보자. 네가 자꾸 주저하고 머뭇거리게 되는 이유는 뭐냐고 물어보자. 그리고 두려움에게 손을 내밀어 그 손을 잡자. 용기와 믿음으로 두려움을 안아주자. 두려움은 서서히 사라지고 앞으로 한발 내딛을 힘이 생긴다. 


억지로 변화가 두렵지 않다고 말하지 않겠다. 나는 두렵다. 새로운 변화로부터 도망가고 싶다. 익숙한 곳에 있다고 해서 영원한 안전지대도 없다. 인생은 늘 변한다. 여러 변화를 겪어왔지만 이번 변화는 처음이라 낯설어서 서툴고 실수할 수 있다. 변화를 기다리는 시간에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일상의 루틴에 따라 지금 이 순간을 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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