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감정(key emotion)을 발견해라. 이게 단편을 쓰기 위해서 알아야 할 전부다.
(스콧 피츠제랄드)
나를 위한 치유의 글쓰기 첫 시작부터 내 눈에 들어오는 단어가 있다. 바로 핵심 감정이다.
핵심 감정이란 한 사람의 행동과 사고와 정서를 지배하는 중심이 되는 감정이며 무의식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뿌리가 되는 감정을 말한다. 핵심 감정은 우리가 평소 반복되는 문제와 관련이 있다.
감정은 감정인데 핵심이 되는 감정은 무엇일까? 내 삶을 지배하는 감정이라고 보면 된다. 핵심 감정을 안다는 것은 내 마음에서 일어나는 감정 상태를 자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스콧 피츠제랄드는 핵심 감정을 발견하라고 한다. 이게 단편을 쓰기 위해서 알아야 할 전부라고 말한다. 진짜 핵심 감정을 발견하면 단편을 쓸 수 있을까? 단편을 쓰기 위해서 핵심 감정을 발견하기를 원치 않는다. 단지 핵심 감정이란 단어가 내 눈에는 보석처럼 빛나 보인다.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핵심 감정에 의해서 삶의 방향이 이끌려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무의식 저편에 핵심 감정을 놔두면 그 감정이 제멋대로 끌고 간다. 그러나 무의식에 있던 핵심 감정을 자각하고 들여다보며 의식으로 끌어올릴 힘이 있다면 비로소 핵심 감정의 지배에서 내가 핵심 감정을 지배할 수 있게 된다.
이제 질문하자. 나의 핵심 감정은 무엇일까? 상황과 관계에서 반복해서 부딪히는 감정은 무엇인가? 생애 최초의 기억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일까? 지금까지 삶 전체를 뒤돌아보면서 한 마디의 감정단어로 표현한다면?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사랑이나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에는 어떤 느낌이 일어나는가?
최근 복직을 앞두고 불안을 느끼고 있다. 그 불안이 현재 주요한 감정이라고 보았다. 오늘 글을 쓰면서 지금 이 불안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안에서 더 들어가다 보면 또 다른 감정이 등장하지 않을까? 배에서 바다 깊숙이 그물을 내리면 원하는 물고기만 잡히지 않는다. 그와 덩달아 생각지도 못한 다른 물고기가 잡힌다. 마찬가지로 불안과 함께 두려움, 공포, 분노, 외로움이 같이 줄줄이 끌려 올라온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들 중에 나의 마음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건 무엇일까? 불안은 보여지는 부분이다. 현상적으로 보이지 않지만 나만 알고 있는 핵심 감정이 있다. 늘 나를 따라다니고 모양과 상황은 다른데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그 무엇이 핵심 감정이겠지. 왜 불안하고, 왜 화가 나는지, 왜 두려운지 계속 묻다 보면 그 끝에 핵심 감정이 있다.
오늘 나는 글을 잘 쓰기 위해서 핵심 감정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다. 핵심 감정을 앎으로써 나 자신을 위장하거나 속이지 않고 글 앞에서 정직하게 나 자신을 비추며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나에 대해서 나는 여전히 물음표이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그 앎은 저만치 도망쳐 버렸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른다고 자각하는 순간 다시 거울 앞에 나를 비추고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을 들여다볼 용기를 낼 것이다. 그 용기는 다시 한번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