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모 비아토르 Jan 15. 2024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새벽4시 30분의 힘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난 지 1년이 넘었다.

처음 그 시간에 눈 뜨는 건 2023년 1월이었다. 표현할 수 있는 최대는 ‘너무 힘들었다.’ 이다.  진짜로 일어나는 게 힘들었으니까.


지금은 어떨까? 사실 지금도 힘들다.

계절로 보면 동절기인 지금이 제일 힘들다. 너무 캄캄하다. 알람소리에 눈을 뜨면 여전히 한밤중이다. 다시 눈을 감고 잠들고 픈 욕구가 엄청나다.


그럼에도 세 번의 알람에 ‘이제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돼.’라는 내면의 채찍질 소리에 침대에 걸터앉아 한번 정신을 깨고 화장실로 향한다. 거울 속의 나는 퉁퉁 부은 눈과 얼굴이 보인다. 사람이 아니다. 민낯의 몰골을 보는 게 불편하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그때부터 분주하게 화장을 하고, 가방에는 늘 다이소표 스프링노트, 볼펜 1개, 책 한권, 핸드폰충전기, 립클로즈 등을 챙기고, 간단히 아침 대용으로 먹을 두유나 바나나를 가방에 주섬주섬 넣는다.


아파트 밖을 나서면 차가운 겨울바람이 내 귀와 눈을 싸대기 때리듯 수십 차례 날린다. 걸어서 15분 거리의 지하철을 향해 완전 무장을 하고 마스크는 필수이다. 때로는 힘차게, 어떨 때는 애처롭고 불쌍하게 터벅 터벅 걷는다.


어느 날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기상시간 얘기가 나왔다. 대화 상대방은 “대단해요. 어떻게 그 시간에 일어날 수 있어요? 저는 평생 사는 동안 일시적인 기간은 가능한데 꾸준히는 힘들더라고요. 저는 올빼미 스타일 같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이 부분에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상대의 이야기에 대답을 하고 있었다. “저도 올빼미였어요. 그런데 코로나 시기에 이석증이 걸렸고, 이석증으로 6개월을 고생했어요. 그때 육체적, 정신적 건강관리가 필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꼈어요. 나의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아이들과 분리되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시간이 오로지 아이들이 잠든 새벽 시간이었어요. 그때 새벽 5시에 일어나 동네 산을 갔었죠. 그것이 조금 익숙해지려고 할 때 복직을 했어요. 지금 이 부서에 와서 업무 특성상 7시까지 출근을 해야하다보니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죠. 어쩌면 지금 출근준비를 위해서 이석증이 왔고 새벽 산을 걸었고 지금 이 상황까지 연결된 건지도 모르죠.”라고 말했다.


주어진 사실적 상황도 내가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그 사실이 천지차이로 바뀔 수 있다. 사실 새벽 4시 30분 기상은 사계절 내내 힘들다. 그런데 한 가지 희망을 품고 있는 게 있다. 누군가는 얼토당토않은 망상적인 얘기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말이다.


“바로 내 삶에서 일어난 일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우연한 일이란 없다. 여러 일들은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한다. 그렇기에 내게 일어난 일들은 좋음과 나쁨으로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게 일어난 특별한 일들이다.”


오늘 새벽 4시 30분 기상은 매일 반복되는 그저 그런 시간이 아니다. 오늘의 새벽 4시 30분의 시간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냐에 따라 다가올 미래의 새벽 4시 30분을 어떤 마음과 태도로 맞아들일지 결정하는 시초가 된다. 내가 힘들어 하면서도 꾸역꾸역 매일 반복해서 일어났던 새벽 4시 30분이 어느 날 내게 새벽시간의 즐거움을 발견하게 해 줄줄 누가 알까? 아니면, 굳이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는 그날에 그 시간에 일어나는 루틴이 되어 나만의 고요한 시간을 만들어내는 창조의 시간이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내게 새벽 4시 30분은 여러 가지 희망과 가능성이 열려 있는 시간이다. 처음에 환경에 의해서 억지로 일어나야했던 시간이라면 지금은 조금 더 나아가 자발적으로 이 시간을 맞이하고 기대해보겠노라 마음을 돌이키고 바꿔나가는 중이다. 이 시간이 그냥 흘러가기만을 기다리지 않겠다. 이 시간은 내 인생에 한 번 밖에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 시간이 때론 힘들고 어렵게 느낄 때가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시간은 나만의 시간이다.


새벽 4시 30분이다. 알람소리가 울린다. 다시 끈다. 그리고 또 울린다. 다시 끈다. 마지막으로 울린다. 알람소리를 끄고 힘들게 일어선다. 그리고 하루가 시작된다. 처음 환경이 나를 강제기상을 시켰지만 이제는 내가 새벽 4시 30분을 깨울 차례이다. 기다려라. 내가 깨어줄 테니까.


미래의 새벽 4시 30분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과거의 새벽 4시 30분에 내가 어떤 시간을 보내서 어떤 삶을 살아냈는지 말이야. 지금의 너는 어느 순간 갑자기 된 게 아니란다.


때론 피곤하고 지칠때도 분명히 있음에도 지금의 나와 다가올 미래의 나를 생각하면 설레고 기대되고 흥분된다. 나는 이 시간과 함께 배우고 성찰하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삶을 살고 싶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