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억울한 일을 겪었다고 해도
인생을 살다 보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부지기수다.
그럼에도 막상 뜻대로 안 되면 속상하고 화가 난다.
이번에 위탁대학원 국비지원 신청을 했는데 상위기관에서 연락이 왔다.
서류상에 응시한다고 했던 대학에 지원이 안 된 걸로 확인된다고 했다. 실제 지원한 대학원을 말하자 그 대학원이 아닌 다른 대학원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했다.
아뿔싸! 응시하는 과정에서 딱 한 군데 대학원만 가능하다고 해서 고민하는 과정에서 한차례 실제 응시한 대학원이 아닌 다른 대학원으로 번복했는데 담당직원이 착각해서 다른 대학원을 써 놔 버렸다.
순간 5학기 대학원 등록금이 하늘에서 소멸되는 느낌이었다.
이미 심의는 끝났고 그간 준비했던 연구계획서는 심사받지도 못한 채 서류상 명백한 하자로 탈락한 꼴이 되었다.
한마디로 억울한 상황이었다.
할 말을 잃었다. 어찌해야 할지 길을 잃은 느낌이다. 멘붕이다.
한동안 억울한 감정이 올라와 이 상황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자괴감과 무기력감으로 잠을 설치고 우울한 일상을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렸다.
누군가 시간은 치료제라고 했던가
그렇게도 아프고 쓰리던 마음이 무뎌지고 일상을 살아내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게 되었다.
서서히 그 사건으로부터 멀어지면서 회복하고 있었고 더 이상 그날의 피해자나 희생자가 아닌 그냥 그녀로서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대학원 면접을 봤고 결과 발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국비지원은 서류에서 탈락되었지만 이 상황을 통해 명확해진 건 있다.
그녀가 바라고 원하는 건 어떤 사건이나 사람 때문에 흐려지거나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더 선명해지고 명확해졌다.
그녀는 국비지원과 상관없이 대학원에 합격하면 입학하기로 결정했다.
인생은 알 수 없는 사건의 연속이다. 지금 역시 그녀 눈앞에 벌어질 일을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사건 속에서는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감정적으로 무너져 내리고 힘든 상황을 몸소 겪어내야 하는 시간도 있겠지만 이 역시 스스로의 삶을 책임져야 하는 어른다운 몫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도 안 했고 끝나지도 않았다.
인생의 레일 위에서 걸어가고 있다.
때론 아이처럼 상황으로부터 숨고 싶고 도망치고 싶을 때도 있지만 그런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다시금 어른의 삶으로 나아간다.
괜찮치 않은 어느 날에도 그럭저럭 힘든 마음을 부둥켜안고 살아가고, 살기 위해 그날의 해야 할 일들을 꾸역꾸역 해치운다.
날마다 행복한 일만 있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날마다 슬픈 일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비록 오늘 하루...
되는 일이 하나 없고, 사람이 미워지고 상황이 최악으로 다 닿을지라도 괜찮다.
이미 벌어진 일이고 통제할 수 없으며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다.
그저 그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괜찮치 않은 어느 하루도 괜찮다.
너무 애쓰지 말고 그 시간을 묵묵히 견디고 살아내는 것으로도 고맙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퇴근길 지하철안에서 바라보는 그림같은 바깥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