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지 않은 곳에 안식처가 있다
동네산 둘레길을 한 바퀴 돌고 그녀가 최애 하는 장소인 벤치에 앉았다.
마을이 훤히 내다보이는 곳
오른쪽 시야에는 밭과 비닐하우스가
왼쪽 시야에는 아파트단지들과 상가, 전원주택이 꽉 찬 여기는 지방신도시 그녀가 사는 곳이다.
처음 이사 왔을 때는 낯설기만 했는데, 어느덧 이곳에서 9년 차 생활을 맞이하며 익숙하고 편안한 장소가 되었다.
그중에서도 이곳, 100미터 남짓 작은 동네산은 그녀가 괴롭고 힘들 때, 비가 오나 구름 끼나 언제나 올라가는 편안히 쉴 공간이다.
오늘은 봄을 알리는 듯, 머릿결과 피부를 스치는 바람이 어제의 겨울바람이 아닌 봄바람을 선사해 주었다.
햇살도 따사롭고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로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배경음악처럼 그녀의 귓가를 감돈다.
저 멀리 끊임없이 오가는 차들은 어디를 그리도 바삐 가는지... 시선을 고정한 채 멍하고 바라보고 있자니 그녀는 참 지루하고 느린 시간을 보내는 것 같다.
따뜻한 물로 채워진 물통과 캔커피한 개, 책 한 권, 노트, 볼펜 한 개를 가방에 넣고 이곳에 올라와 가방을 열고 커피도 마시고 물도 마시고 책도 읽고 글도 쓰니 그녀만의 공간에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다.
참 좋다.
집에 있으면 핸드폰 속 유튜브 세상에 빠져있을 그녀가 이곳에선 핸드폰 밖 자연 속에서 그녀 자신과의 놀이활동을 한다는 게 행복하다.
그래서 불편하고 귀찮음을 무릅쓰고 홀로 매번 동네산을 오른다.
편안함, 고요함, 한적함, 지루함에서 오는 만족감과 행복이 크다.
어디 근사한 장소를 가지 않아도 된다. 언제든지 집 가까운 곳에 마음만 먹으면 튼튼한 두 다리를 이끌고 갈 수 있는 이곳이 좋다.
자녀들도, 남편도, 친구들도
채워줄 수 없는 저 깊고 내밀한 곳에 그녀를 홀로 만날 수 있는 이곳에서 숨을 고르고 그녀 자신을 바라본다.
그녀 홀로 유유자적 거니는 산둘레길이 좋다.
혼자 앉아서 멍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누구의 시선도 아닌, 오직 그녀만의 시선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