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평범한 미라클 하루

10. 막춤 추기

by 호모 비아토르


춤을 출 때 ‘몸으로 추는가? 머리로 추는가?’라는 관점과 방식은 나에게 중요하다. 머리로 추는 춤은 나를 변화시키는 속도를 지연시킨다. 몸으로 춤을 춘다는 의미는 움직임 자체 속에 머물며 감각을 체험하고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를 몸으로 읽는 것과 같다.
최보결,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


기분이 우울할 때는 어떻게 하는가? 그냥 침대에 누워있는가? 멍 때리며 핸드폰이나 tv 삼매경에 빠져있는가? 우리는 우울한 기분에도 우리의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그냥 축 쳐져 있느냐? 아니면 뭔가 다른 행동을 시도하느냐? 여기서 인간의 자유의지란 얼마나 위대한지 알 수 있다. 기존에 축 쳐져있는 기분을 방치했던 내가 그 기분을 전환하는 방법을 무엇일까?


나는 일처리를 할 때 전형적인 좌뇌형 스타일이다. 계획적이고 통제적이고 논리적이며 분석적이다. 스스로 피곤함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런 내가 요즘 매일 30분 정도 꾸준하게 하는 취미가 생겼다. 그것은 막춤이다. 최신 댄스 팝송을 틀어놓고 집안 청소나 요리를 할 때 흔들어댄다. 춤을 추다 보면 음식물을 흘리기도 하고 제대로 먼지가 안 닦길 때도 있다. 그래도 무시한 채 흔든다. 나란 사람은 어릴 때 나이트클럽 한번 제대로 가보지 않았다. 대학 졸업 후 직장 사람들과 회식으로 나이트클럽에 한번 가 본 기억이 전부다. 그런 내가 40을 훌쩍 넘어서 그것도 남편과 두 아들이 보는 앞에서 개의치 않고 춤을 춘다.

왜 춤을 추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주 단순한 문장에서 시작된다. ‘움직임의 힘’이란 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움직임이 요가, 달리기, 걷기 등 무엇이 됐든 움직이면 행복해진다는 문장이 떠올랐다.


행복한 음악과 즐거운 움직임 간에는 유사점이 많다.(중략) 즐거운 움직임은 속도가 빠르고 동작이 크며 수직적이다. 행복은 통통 튀어 오르고 위쪽을 향해 활짝 피어난다. 즐거움으로 가득 찬 몸도 한껏 부풀어 올라 하늘을 향해 뛰어오른다.
켈리 맥고니걸, 『움직임의 힘』

뒤이어 떠오르는 생각이 젊을 때 자유롭게 놀아본 적 없던 내가 집에서라도 한번 자유롭게 춤을 춰보자 라는 마음이 생겼다.


춤은 나와 가족들을 웃게 만들어준다. 유튜브에서 최신 댄스 팝송을 찾아 매일 30분을 틀어놓는다. 처음에는 화장대 거울 앞에서 혼자 춤을 췄다. 춤을 못 추는 것은 물론이고 코미디였다. 내가 내 모습을 보고 웃었다. 웃긴 코미디가 보고 싶은가? 거울 속에서 막춤을 추고 있는 자신을 봐라. 배꼽 잡고 웃을 것이다.


어느 댄스 전문가가 춤을 잘 추려고 하지 말고 음악에 몸을 맡겨서 자유롭게 표현해보라는 얘기를 주워듣고 거기에 용기를 얻었다. 그렇게 춤을 못 추면서도 신기하게 춤추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춤을 추는 순간 우울했던 기분이 점점 좋아지고 부정적인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첫 반응은 '엄마 왜 저래?'라는 눈빛이었다. 그다음은 나를 동물원에 원숭이 보듯이 웃는다. 요즘은 두 녀석이 번갈아가면서 나와 같이 막춤을 춘다.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동작을 따라 하고 웃기도 한다. 남편의 첫 반응은 “너네 엄마 이상하다.”였다. 그다음은 내가 춤을 출 때마다 그냥 미소 짓거나 웃는다. 남편의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최근에 남편은 아이들 앞에서 내가 춤추는 모습을 따라 한다. 그렇게 조용하고 말이 없는 남편이 막춤을 따라 하다니 기적이다. 그런 남편을 보고 나와 아이들이 웃는다.

남편과 자녀들이 나의 막춤을 보고 웃고 이제는 서로 막춤을 추며 웃긴다. 그렇게 막춤은 딱딱한 분위기에 기름칠을 해서 따뜻하고 훈훈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막춤은 굳이 잘 춰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그저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된다. 그 몸짓이 웃기긴 하지만 기분은 최고조이다.


매일 기분이 다운되거나 우울해지려고 하면 일단 신나는 음악을 틀고 몸을 움직인다. 행복한 감정을 매일 느끼고 싶은가? 멀리서 찾지 말자. 지금 당장 신나는 댄스음악을 틀고 몸을 흔들어보라! 마음속에서 행복이 조금씩 샘솟음을 느낄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걱정과 두려움은 춤으로 날려버리고 지금 내가 살아있어서 누릴 수 있는 춤으로 나의 마음을 달래 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지극히 평범한 미라클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