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보세요 (Feat. 감정의 중요성) | 정혜신 정신과 의사 [어쩌다 어른]
* 굵은 글씨에 밑줄 친 부분은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어쩌다 어른’ 프로그램에 나온 정혜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통해 나를 본다. 짧은 영상을 보고 나서 자꾸 마음이 울컥한다. 왜 그럴까? 정혜신이 내 마음을 읽어주고 알아봐 준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정혜신이 말하는 존재의 핵심은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는 무엇일까?어떻게 살아야 할까? 내 존재의 실체는 무엇일까? 연이은 질문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에 빠진다. 꼭 알아야 하고 알고 싶은 물음에 대한 답이다.
몸의 실체는 신체이다.그렇다면 심리적인 실체는 무엇일까? 취향, 생각, 신념, 가치관이다.부모, 책, 스승 등 타인에게 영향을 받아 형성된 것이 생각, 신념, 가치관이 된다. 그렇다면 존재의 실체는 무엇일까? 진짜 ‘나’라는 존재의 핵심은 감정과 느낌이다. 내 감정과 느낌이 온전한 ‘나’이다. 그것은 바로 ‘감정’이다.
그런데 우리가 힘들고 지치고 불안할 때 힘든 얘기를 할 수 없다. 왜 못할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하는 이유는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우리는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불편한 감정을 보기를 회피한다. 그래서 쉽게 감정을 무시한다. 감정은 실체도 없고 고정되어 있지 않다. 가만히 멈춰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내가 힘들고 불안할 때 생각으로 힘들다는 감정을 덮어버리고 통제하고 조종한다.그 역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내 안에 감정과 이성이 서로 대치하는 상태인가? 내 안에서 서로 조화롭게 지내는 방법은 없을까?
감정과 느낌을 외면할수록 내가 나에게서 멀어진다. 외면할수록 나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존재의 핵심이 감정인데 그 감정을 남 대하듯이 한다면 감정은 남보다 더 못한 사이가 된다. 내가 나를 밀어낸다. 그러면 반드시 병이 난다.해소되지 않은 감정은 신체적·심리적 문제를 일으킨다. 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감정을 외면한다는 의미는 무엇일까? 지금 현재 내가 느끼는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것이다.
과거 나 역시 감정을 무시했다. 나 스스로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로 생각했다. 지금은 사람이 비합리적인 존재임을 알았다. 사람은 이성적인 판단으로 중요한 결정을 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밀한 감정이 우리의 삶을 움직이고 결정한다. 오늘 하루를 사는 나는 이성적인 사고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 감정에 끌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감정의 흐름을 읽고 인식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지금 내 안에서 일어나는 알 수 없는 분노, 두려움, 불안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감정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정확하게 보거나 관찰하지 않아서 모르는 건 아닐까?
감정은 날씨와 같다. 맑았다가 흐리기도 하고 태풍이 있었다가 갑자기 화창해지기도 한다. 감정도 마찬가지다. 시시각각 변한다.사람들은 대체로 자기 삶이 안전하고 통제되기를 희망한다. 그러나 삶은 불안전하고 통제할 수 없다. 감정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은 충동적이고 계속해서 바뀐다. 그것을 조종하고 통제하면 할수록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그렇다면 감정에 몸을 맡기라는 말인가? 너무 극단적으로 이 상황을 해석할 필요는 없다. 단지 감정은 어린아이 같은 존재이다. 그 존재를 알아봐 주고 이해하고 인정해주면 된다. 출렁거리는 파도처럼 일렁이던 감정이 어느새 내 안에서 숨결만 느껴지는 순한 아기가 된다.
살아있는 존재는 계속 변한다. 그게 내 존재에 내면을 드러내는 신호이다. 감정이 역동적으로 꿈틀거리고 자신을 알린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나의 상태를 말해준다. 그러나 늘 움직인다. 외부적인 시선에 많이 구속받다 보면 내 존재의 핵심인 감정의 흐름에 검열, 억제, 통제, 상처, 부정하게 된다. 그 끝은 혼돈을 겪게 된다. 불편한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재단하듯이 감정을 도려내려 한다. 하지만 아무리 재단해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억제되고 억압되어 있던 감정이 삶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고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존재의 핵심인 감정을 알아차려야 한다. 내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아야 한다. 로맨스, 무협, 추리, 살인사건 등 행동화되지 않은 무수한 감정들이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다. 살인사건이라고 해서 누군가를 진짜 죽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것은 살인과 버금갈 정도로 누군가를 증오하고 분노하는 감정이 우리 속에 내재되어 있다. 그것을 알면 불편하다. 그럼에도 감정을 인정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그 존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감정을 받아들이고 수용할 때 그 감정은 불편함을 넘어선다. 완벽하지 않는 나도 가치 있는 존재임을 깨닫는다. 나와 더 긴밀히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