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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Feb 04. 2022

삶과 마주하는 감정 쉼표

타인보다 못한 가족 "미움"

https://www.youtube.com/watch?v=RB3s4P3DGH4

나랑 안 맞는 가족 때문에 괴로운 당신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답, 양창순 성장 문답, 2019.4.11.     


우리는 “가족끼리 왜 이래.”라는 말을 흔히 쓴다. 진짜 가족끼리는 경계도 허물도 없이 다 통하는 것일까? 의문을 제기해본다. 오늘 양창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나랑 안 맞는 가족 때문에 괴로운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얘기해준다.      


박완서는 에세이 『모래알만 한 진실이라도』에서 “모든 불행의 원인은 인간관계가 원활치 못하는데서 비롯된다.”라고 말한다. 인간관계도 다양하다. 인간관계 중에서 가장 밀착되어 있는 가족관계에서 원활하지 못하다면 얼마나 큰 불행일까?        


사람들이 서로 다 제각각 다르듯 가족 역시 성격, 가치관, 생활습관 등 다 다르다. 조직생활에서는 안 맞거나 보기 싫은 사람이 있으면 그만두면 그뿐이다. 가족은 보기 싫거나 미워서 안 만날 수가 없는 관계이다.       

인간관계는 쌍방향이다. 서로의 기대와 인정이 뒤섞여있고, 각자의 기대와 인정의 수준이 달라 충돌이 생긴다. 여기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관계는 결국 불균형을 이루고 무너지게 된다.     

 

양창순은 가족관계의 어려움을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가족은 선택할 수 없는 관계이다. 태어나 보니 내 부모, 형제이다.  

가족이라는 개념 아래 다 동일한 생각과 가치관, 생활습관을 가졌다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가족이라도 성격과 우선순위,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다르다. 가족 내에서 갈등은 당연한 것이다.       


두 번째, 가족관계는 끊을 수가 없다. 독립한다 해도 “내가 가족이 있는데 연락을 안 하면 나쁜 거 아니야? 속이 좁은 아니야?” 안 만나도 불편하다. 사실 가족 관계에서 상처,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게 가족만큼 기대치가 많은 관계가 없다. 가족 관계에선 편하다는 이유로 예의를 지키지 않는다. 자기 민낯은 바닥까지 보여주면서도 상대를 존중하지 않은 채 ‘가족이니까 다 이해해.’라고 폭력을 행사한다.   

   

거기에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 내가 상대를 미워하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그 미운 감정이 조금 가라앉는다. ‘내가 미운 감정이 있음에도 미워해선 안 되지.’라고 하면 오히려 더 미워지게 된다.     

 

왜 그럴까? 미움이라는 감정을 억제하고 조정하면 할수록 압력이 가해진 감정은 더 폭발적으로 솟구칠 수 있다. 가족이지만 저 사람이 저러는 건 싫다는 걸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기만 해도 편안하다. 여기서 자기가 느끼는 미움을 인지하고 수용하고 인정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죄책감 없이 미워하기만 해도 상대에 대한 미운 감정이 줄어든다.    

  

상대를 미워하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내가 원하는 기대치를 상대가 못 채워줄 때 불만이 생긴다. 

둘째, 상대가 나한테 상처를 준 경우다. 하나의 사례를 들어보자.      

사례 1.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이었다. 학교 끝나고 동네 어귀에 들어가서 동네가 밝으면 ‘아버지가 불을 내셨구나.’ 그런 아버지를 자기가 계속 돌봐야 하고 다른 식구들은 다 아버지를 싫다고 하는데 아픈 아버지를 자기가 돌봐야 하는 자기가 더 화가 났다.      

사례 2. 어떤 분은 아버지가 자기를 항상 때렸다심지어 시험 보기 전날까지 때렸다그럼에도 아버지라서 계속 봐야 하고 계속 미운 것이다.     

어떤 상대가 상처 때문에 밉다면 그것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방법이다. 우리가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 내가 왜 상처를 받았고 상대에게 뭘 원하는지 얘기를 못한다. 그런데 얘기해서 상대가 “정말 미안하다. 그땐 내가 스트레스를 받았다.”라는 얘기를 들으면 미움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내가 언제 그랬니?”라고 하면 오히려 분노를 증폭시킨다.      


세 번째는 가족이라도 정말 보기 싫으면 보지 말라. 내가 힘들면 안 볼 수도 있는 거다. 불필요한 죄책감, 자책감이 드는 이유는 가족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어떤 프레임을 스스로에 옥죄고 있다.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필요가 있다. 

     

가족을 그냥 인간관계 일부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떻게 핏줄인데 인간관계의 일부라고 생각할 수 있냐고 물을 수 있다. 핏줄도 핏줄 나름이다.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결혼을 하면 원가족과 분리가 필요하고, 새롭게 맺어진 가족 관계에서 중심축을 이뤄야 한다. 자기를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가족이라면 자기의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선을 긋고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  

     

인간관계에서 밉고 싫은 사람이 있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 그 사람하고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 해결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노력을 했지만 안 되면 그냥 안 보면 된다. 정말 상대가 밉다면 안 만나면 되는 거다. 그럴 때 상대가 나에 대해 비난하면 그건 상대 입장에선 나를 비난할 수 있다. 상대가 갖는 감정까지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     

제3의 관점에서 나의 상황을 바라보는 연습이 필요하다. 숲 속에 있으면 자기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숲 밖에서 숲 안을 들여다보면 나와 상대방과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나의 감정을 들여다볼 때도 감정과  착 달라붙어 있으면 자기가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인지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도 완벽할 수 없다. 우리 마음 안에서 미움이라는 감정이 생길 때 미움을 꽁꽁 숨겨놓지 말고 드러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미움은 나쁜 감정이 아니다. 살다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중요한 것은 미움이라는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고 미운을 느낀 상대와 어떻게 소통하느냐가 관건이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어려운 숙제이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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