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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Jun 25. 2022

오늘, 무슨 생각하니?

5. 나는 지금 별별마을학교야

지난해 7월 발도르프 교육에 참여하여 4번의 수업을 듣고 난 후였다. 그곳은 별별마을학교였다. 마을학교에 대한 정보는 무지했고 그저 부모로서 좋은 교육을 듣고 싶어서 첫 발을 디뎠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운영위원이 되었고 몇 달간 비어있던 대표 자리를 맡았다. 이제 9월에 있을 복직을 준비하기 위해 6월까지 했던 역할을 내려놓는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은 좋은 의도로 했더라도 그 일을 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와 갈등이 있을 수 있다. 단지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낯 설움에서 점차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쳤다. 생판 몰랐던 사람들이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되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독서모임과 회의를 통해 각자마다 다른 색깔들을 알아가고 있었다. 지나간 시간들을 거치며 지금 여기에 왔다. 어쩔 땐 마을학교에 가고 싶지 않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갔고 어느덧 삶의 일부분에 마을학교가 들어와 있었다.      


어떤 관계든 처음에는 낯설고 불편하지만 그 관계가 지속되면 어느덧 익숙해지는 것 같다. 이제 조금 익숙해지려니까 이곳과 이별해야 할 시기가 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상황이 변하면 내 역할도 자연스럽게 변화된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을 살아야 하나보다. 지금 주어진 삶이라는 놀이터에서 마냥 천진난만한 어린아이처럼 뛰어노는 것이다. 지난 후에 아쉬움과 후회가 남지 않도록 말이다.


마을학교는 지역 마을교육공동체를 위해 모인 순수한 자원봉사자들이다. 직장에서 월급을 받는 것처럼 메여있지 않기에 개인이 가진 내적 동기 혹은 사명의식 같은 게 없으면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 마을에 아이들, 부모, 지역주민들이 다 같이 연대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마을을 주체적으로 만드는 공간이다. 마을학교에 1도 관심이 없던 내가 이제는 마을학교에 관련된 일이 잘 안 되면 애달프고 속상해하고 있다. 그저 이 공간이 문턱이 낮아 누구나 찾아와서 쉼과 힐링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누군가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남는 건 사람이다.      


마을학교를 하면서 다시금 배웠다.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들과 함께하면서 알아가고 그 사람이 가진 장점을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게 되었다. 생각을 넓히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도 좋다. 그러나 더 첨가한다면 편견과 고집을 내려놓고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 마을학교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었다. 엄마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하는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각자 마을학교에 기대하는 바가 다를 수 있음에도 그 기대와 동기를 하나로 모아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모습에서 ‘사회적 연대’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나처럼 독립적인 인간도 때론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우리는 때론 독립적으로 그리고 때론 사람을 의지하면서 다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이어주고 연대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자리를 마련해주는 곳이 마을학교였다.


앞으로도 별별마을학교에 별별 사람들이 다 모여서 각자의 특색 있는 별들을 발견하고 세상에서 별같이 빛나는 사람들로 넘쳐나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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