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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Jun 29. 2022

오늘, 무슨 생각하니?

7. 왜 꾸준하게 글쓰기를 할까?

“쉬지 않고 글을 써야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고, 자기를 발견할 수 있다.”

-위화, <허삼관 매혈기>를 쓴 소설가


나는 매일 조금이라도 글을 쓰려고 의식적인 노력을 한다. 이런 노력을 하는 이유는 뭘까? 그에 대한 답을 먼저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작년 5월 온라인으로 글쓰기 강좌를 들었다. 자연스럽게 네이버 카페에서 매달 주어진 미션 수행의 글쓰기를 하며 여기까지 왔다. 그전까지 그저 좋아하는 책을 읽고 나서 필사를 했다. 또는 일기를 썼다. 글은 즐겁게 쓸 때도 있었고 힘들 때도 있었다. 날씨나 기분처럼 그날그날 시시각각 글을 쓰는 상태는 달랐다.


글을 쓰는 상태가 제각각 다른데도 불구하고 왜 계속 글쓰기를 하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유는 간단했다. 글을 쓰지 않을 때보다 글쓰기를 할 때 삶의 풍요로움이 하늘과 땅만큼 다르다. 이쯤에서 글을 쓰는 이유를 간단하게 정리해 보자.


첫째, 스치는 일상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글쓰기는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타자를 칠 때의 순간만이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글을 쓰면서 하루의 일상을 찬찬히 바라보는 태도가 생겼다. 눈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상황, 감정, 사람이 나타나면 글쓰기 주제가 된다. 매 순간의 찰나를 무심히 지나칠 수 있음에도 카메라 렌즈에 담는 것처럼 순간을 부여잡게 만드는 힘은 글쓰기였다.


둘째, 매일 자기 성찰의 삶을 산다. 내가 누구이고, 어디로 가고 있으며,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알지 못하는 삶은 그저 사는 대로 살게 된다. 한마디로 주체의식 없이 상황과 감정, 사람에 따라 갈대처럼 흔들릴 수 있다. 그러나 성찰하는 삶은 주변의 상황과 마음을 살피며 자기다움을 찾게 한다. 이처럼 자기 성찰적인 삶을 사는데 꼭 필요한 것이 글쓰기였다. 글쓰기는 매일 주어진 삶을 돌아보고 현 위치가 어디이고 앞으로 내딛고 살아야 할 인생은 무엇인지 고민하고 방향을 찾는다.


셋째, 자기 치유의 시작이다. 글을 쓰면서 내 안에 있던 온갖 것들을 다 토해내는 과정을 거쳤다. 그것이 다른 사람 눈에 어떻든지는 상관없었다. 감추고 숨기고 아팠던 감정을 글로써 내뱉고 나자 속이 시원하고 한결 마음이 깨끗하고 정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 꼭 글쓰기를 하라고 추천하고 싶다.


넷째, 지금 현재를 산다. 일상을 관찰하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글을 쓰면 지금 현재를 살피고 돌아보게 된다. 아팠지만 떼어낼 수 없었던 과거의 상처에서 거리 두기를 한다. 안개처럼 막연하고 두려운 미래를 한발 떨어져 볼 수 있는 객관적인 눈이 생긴다. 섣불리 글쓰기를 문제 해결자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지만 그 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다. 이 얼마나 큰 성과인가?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문제를 껴안고 살아가지만 문제인지도 모른 채 두렵고 불편한 감정으로 살 때가 얼마나 많은가? 글쓰기는 문제를 따로 떼어내서 바라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다섯째, 자기 확장의 길이다. 처음 글을 쓰게 되면 ‘나’라는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래서 나 혹은 나와 관련된 요소들을 덧붙여서 글을 쓰게 된다. 계속 글을 쓰다 보면 ‘나’에서 시작되는 글감의 한계를 느낄 때가 생긴다. 그때 주변을 돌아보게 된다. 나로 시작된 글쓰기에서 조금 더 확장된 다양한 주제가 들어온다.


여섯째, 타인에게로 연결된다.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스스로 있는 것이 아니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엄마의 뱃속에서 시작해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사람들과 관계하고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글쓰기를 통해 나를 들여다보면 점차 나와 연결된 타인이 들어온다. 글쓰기는 타인의 삶을 비추고 그들이 사는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나의 생각과 관점에서만 국한되었던 글이 점차 타인의 생각과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일곱째, 자기다움을 발견한다. 글은 고여 있는 우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물과 같다. 산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에서 시냇가로 이어져 결국 바다를 만난다. 글쓰기는 처음에는 나로 시작해서 타인으로 확장되고 결국은 무한한 바다의 세상에서 다양한 글감을 낚시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기대된다. 미지의 세계는 두렵고 떨린다. 반면 기대되고 설레기도 한다. 두렵고 떨린다고 계속 고여 있을 것인가? 아니면 나아갈 것인가? 각자의 몫이다. 글쓰기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해 준다. 결국 글쓰기는 자기 다운 삶이 무엇이고 자기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여기까지 왜 계속해서 글을 쓰고 있고, 앞으로도 쓰고 싶은 이유를 나열해보았다. 목록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글쓰기를 해야 할 동기가 분명해지고 단단한 의지가 생긴 것 같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성공한 사람이다. ”

-밥 딜런, <노킹온 헤븐스 도어>를 부른 싱어송라이터



글쓰기 동기가 분명해졌다. 그다음은 일상에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글쓰기와 관련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발견한 것은 매일 글쓰기를 할 수 있는 최적화된 시간과 공간을 정해놓고 실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일의 순위에서 밀릴 수 있는 시간에 글쓰기를 배치하면 글을 쓸 수 없다.


하루 스케줄에 가급적 영향을 받지 않는 시간에 배치해야 한다. 한마디로 중요 우선순위에 글쓰기를 재배치해야 한다. 나에게 그 시간은 매일 새벽이다. 지금까지는 한번 글을 쓰면 평균 2~3시간은 썼다. 앞으로 직장 일을 하게 되면 지금처럼 여유 있는 오전과 오후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매일 새벽 글쓰기를 목표로 하고 글 쓰는 시간은 30분~1시간으로 하기로 했다. 한 번에 하나의 주제에 대한 글이 나오긴 어렵다. 몇 날이 걸려 한 개의 글이 나오더라도 누군가의 말처럼 ‘무조건 써라’, ‘일단 써라’, ‘조금이라도 써라’라는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기로 했다.


이번 달 글쓰기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했다. 자료만 수집하고 끝내선 안 될 것 같았다. 책을 읽고 자료를 수집했으면 그에 따른 실천이 있어야 했다. 보통 한 달 동안 글쓰기 주제가 정해지면 그것만 쓴다. 이번 달은 미션이 주로 자료수집이라 글을 제대로 썼다고 할 수 없었다. 자료수집에서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계속 외쳤다. 그래서 현실 속 지속 가능한 글쓰기를 도전하기로 했다. ‘오늘, 무슨 생각하니?’라는 주제로 브런치에 글을 올렸다. 매일 글을 쓰지만 매일 브런치에 새 글은 올라가지 않는다. 수정하고 덧붙이는 과정을 거치면 며칠에 한 번꼴로 올라간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 칭찬해주고 싶다. 누구의 인정도 아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이나마 삶에서 실천하고 음미할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좋다. 앞으로도 글쓰기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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