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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모 비아토르 Sep 30. 2022

누구에게나 두렵다

처음 변화가 두렵다고 느낄 때가 언제였을까? 인생은 한 번뿐이고 모든 것이 처음이라 늘 두려웠다. 단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 처음 변화가 두렵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초등학교 3학년에 막 접어들 2월 강원도에서 부산으로 이사를 했다. 시골친구들은 내가 부산 대도시로 이사를 한다며 부러워했다. 늘 흙과 산, 들에서만 뛰어놀던 내가 잘 정리된 집과 아스팔트 바닥이 있는 도시로 간다는 건 새로운 모험이다. 막연하고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설레기도 한 곳이었다. 시골 동네 친구들과 이별해야 했다. TV 속에서만 보던 도시에서 실제로 산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부산 민락동으로 이사를 했다. 공용화장실에 방한 칸과 재래식 부엌이 하나인 그곳은 내가 TV 속에서 보던 멋있는 집이 아니었다. 문화충격 그 자체였다. 내가 꿈꾸던 허상이 현실로 내동댕이치는 순간이었다. 공용화장실 두 개를 여러 집이 같이 쓰고 작은 마당을 공유했다. 집 근처에 바닷가가 가까이 있어 눈앞에서 직접 바다를 보는 것이 신기했다. 한번 길을 잘못 들어서면 길을 헤매기가 일쑤였다. 도시는 복잡했고 미로 같은 곳이었다.


시골은 집집마다 일정한 거리로 떨어져 있고 집이 몇 채 안 돼서 내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를 향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달려갈 수 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언제든 넓게 트여있어 길을 헤맬 일이 없다. 그런데 도시는 복잡했고 방향을 알 수 없었다. 몸이 경직되고 속이 울렁거리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더군다나 그 많은 학생 수로 가득 차 있던 학교생활도 적응이 안 되었다.


혼란의 중심에 서 있을 때 부모님은 2주 만에 다시 부산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했다. 적응이 안 된 상황에서 새로운 곳으로 또 이사를 하다니 초긴장과 두려움이 일상 속에서 늘 있었다. 이곳에서도 한동안 집과 학교까지 골목길을 헤매며 목적지를 제대로 찾지 못했다. 다 낯설고 모르는 것 투성이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물어볼 수 있었음에도 의기소침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그나마 새로 이사한 곳에서는 성인이 될 때까지 이사를 하지 않아 큰 변화가 없었다. 그 근방에서만 이사를 했기에 학교와 동네 친구를 떠나야 하는 긴장과 두려움이 없었다.


10살의 기억이지만 그 두려움이 생생하다. 당시 그 감정은 몸으로 나타나 경직, 긴장, 울렁거림이 동반되었다. 이렇듯 아이나 어른이나 변화가 두려운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때는 그 감정이 두려움인지 모른 채 몸에서 일어나는 현상이 불편하기만 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두려움이 극에 달해서 몸으로 나타났다.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 감정을 적절히 처리할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다행히 두 번째 이사한 곳에서 정착하여 한동안 그 두려움에 몸을 맡기지 않아도 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먼저 알아차리는 것은 감정코칭의 전제 조건입니다. 굳이 초감정을 부정하거나 없애려고 애쓸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에게 그런 초감정이 있다는 것만 인식해도 큰 발전입니다.
최성애·조벽·존 가트맨,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해냄, 2011, p98


어른이 되어 그때를 돌이켜보면 어린아이들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서 가르침이란 감정을 설명하기보다 어른이 먼저 어떻게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고 처리하는지 모델링이 되어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느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안다면 몸과 마음에서 느껴지는 불편함을 조금은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라도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니다. 말로써 표현하기 힘들고 서툴러서 몸으로 나타날 수 있다. 그러니 누군가 말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몸으로만 뭔가를 표현한다면 주의해서 그 사람을 살펴보자. 그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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