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변화일까? 아니면 이미 피할 수 없는 예정된 변화일까? 그것도 아니면 둘 다일까? 나에게 있을 변화는 어떤 변화인지 생각하게 된다. 변화에도 색깔이 있다면 어떤 색깔일까? 내가 느끼는 두려움의 파란색과 불안의 빨간색이 공존하고 있다. 인생은 매순간 선택이고, 휴직도 복직도 내 선택이다. 불가피하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나는 2017년 12월부터 육아휴직을 했고 현재진행형이다. 이제 휴직의 끝물에 있다. 9월 1일부터 복직을 한다. 복직 이후 내 삶과 가정은 큰 변화를 맞이한다. 직장이 타 지역이라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한다. 고로 매일 남편과 아이들을 볼 수 없다. 남편이 집안일과 아이들 케어를 도맡아야 한다. 휴직 전 했던 업무를 다 내려놓고 새로운 업무를 한다. 내 자리를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은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두렵다. 5년 동안 사회생활을 하지 않았던 내가 다시 조직 속에 들어가 나름의 적응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긴장이 된다.
변화가 다가오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이 나타난다. 이 시점에서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낼까? 아니면 뭐라도 해야지 싶어 분주한 일상을 살까?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내가 없는 빈자리에 틈이 생기지 않도록 준비라도 해야 할까?
문득 살아온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본다. 인생의 큼지막한 변화 속에서 나는 어떠했고 어떻게 헤쳐 왔는지 생각하게 된다. 변화는 두렵고 긴장된다. 누군가는 설렌다고 한다. 나도 때로는 설레는 변화가 있기도 했다. 처음 글쓰기를 할 때 두렵고 긴장됐지만 설레었다. 지금은 설레지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지금처럼 직장생활하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속마음이다. 원하지 않는 변화라고 봐야 할 것이다. 어쨌든 내게 필요한 변화이니 원하지 않아도 그 변화를 맞이하기로 했다.
원하지 않는 변화 앞에 여러 가지 생각과 감정으로 내적갈등이 일어난다. 그럼에도 삶을 직시한다.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해서 현실 속에 한발 내딛는다. 내게 무장된 것은 성실함과 책임감이다. 내가 예측하기 어렵고 알 수 없는 세계로 들어갈 때 충분히 두렵고 무능력함을 느낄 수 있다. 한 가지 희망은 있다. 어떤 곤란한 상황과 어려움이 있더라도 삶을 바라보는 일관된 태도로 나아가는 것이다. 힘들 수 있고 울 수 있고 실수하고 넘어질 수 있다. 그러면 다시 툭툭 털고 현실에 발을 딛고 일어서서 성실함과 책임감으로 주어진 삶을 묵묵히 걸으면 된다.
뭐든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시간이 흐르기만을 바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시간 속에 살면서 오늘 하루를 살아야 한다. 처음 글쓰기가 그랬다. 잘 안 써지고 속상하고 무기력했다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노트북을 켰다. 주어진 과제를 하는 성실함이 지금 여기 글쓰기까지 오게 한 것이다. 이 변화도 마찬가지다. 여러 시행착오 과정을 겪다보면 어느 새 두려움과 무능력의 터널에서 빠져나와 새로운 경험과 세상을 바라보는 달라진 관점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