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종일 바람이 불었다.
창밖에 키 큰 포플러나무가
둥근 열매를 흔들어대며 춤을 추고
그 옆에 선 은행나무가
장단을 맞추며
같이 춤을 추고 있다.
뿌옇게 흐린 대기 중에
푸른빛을 머금고
해가 지려하고 있다.
멀리서 들리는
배달 오토바이와 자동차 소리
저무는 저녁을 가로질러 달리고 있다.
잠깐 고여있던 하루가 쏟아져 내리고
텅 빈 시간 속을
바람이 우르릉 거리며 휘몰아친다.
이 순간 잠시 머물며 뒤돌아보던 시간도
어느새 쏜살같이 달아나 버리고
바람 빠진 풍선같이 우두커니 서서
갈 곳 모르는 나는
푸른 저녁 속에 홀로 바람을 맞는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긴 듯 짧게
외로운 듯 고독하게 마음이 시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