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스치고 지나간 사람들

편견과 통념의 무게

by 범고래


사람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낼까.
안다면 어느 만큼 친해야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혼자 있는 게 편하고 좋은 나는 다 털어도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을 알았고 그러한 사실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인간관계의 폭이 좁다는 사실이, 친구가 많지 않다는 사실이 누군가에게는 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럴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그래서 스스로 너무 당당했던 나의 순진함이 어리석게 느껴졌고 사람들 속의 편견을 또 하나 발견하고 무력감이 느껴졌다.
아주 익숙하고 매번 적응이 안 되는 그런 식의... 실망감.

내가 뭐 어찌한다고 해서 세상이 변할 건 없겠지만 그래도 난 분노의 작은 주먹을 들어 부르르 떨어본다.
사람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시간을 즐기고 그 시간에 자기 다운 뭔가를 만들어가는, 삶을 조금 관조적으로 살피고 외부 세계보다는 내면의 세계에 더 관심을 갖는 삶의 자세가 열등한 것인가

많은 길 가운데 어느 길로 갈 건지 선택하고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방향성은 시간이 흐르며 얼마나 많은 것들을 다르게 하는지...
그렇게 우리가 도달하는 목적지는 수성일 수도 화성일 수도 달일 수도 있는데 무엇이 열등하다는 것일까
멀쩡한 사람을 느닷없이 바보로 만드는 어이없는 편견과 통념에 무척 화가 난다.
그런 무자비한 시각이 있다는 것을 순진한 나에게 알게 한 그 누군가가 미웠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만난 이러저러한 사람들이 나에게 건네준 것들은 내가 받고 싶지 않은 것들이 많았고 받으면 상처가 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혼자만의 세계를 만들고 거기서 위로를 받고 의미를 키웠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싹싹하고 활달하지 못한 나의 성격이 그리로 이끌었을까

잘 모르겠다.

세상엔 많은 좋은 사람들과 약간의 나쁜 사람들이 있는 건데 좋지 않은 인연이 더 많았던 걸 누굴 탓하겠는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나를 스치고 지나간 많은 사람들.
잠시 머물다 깃털처럼 날아간 사람들과 나와 오랜 시간 함께 하며 나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던 가까운 존재들.

이 모든 이들이 남기고 간 것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미래의 나를 만들어 갈 것이다.

나 역시 혼자가 좋아도 사람들 속에서 살고 있고 알게 모르게 주어지는 크고 작은 도움이 나를 보호한다는 그래서 우리는 모두 서로 어우러져 살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얽혀 우연과 인연을 만들어 가고 우리는 거기서 행운을 간절히 바란다.

좀 더 좋은 사람과 인연이 되기를, 나 또한 그런 사람이기를.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건 결국 사람들이고 모든 것은 우리에게 달렸다. 그 사실이 비극이 아닐 수 있기를,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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