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어린 날의 크리스마스

by 범고래


12월.
눈과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달이다.
나는 곧 다가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티브이 화면에 반짝이는 트리와 리스로 장식된, 벽난로가 타고 있는 방의 이미지를 띄워 놓았다.
배경으로 재즈음악이 흐르고
창밖에는 눈이 흩날리고...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며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그 안에 다 있는 비현실적인 느낌의 아름다운 방이다.
어떤 부유한 집의 풍성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한 조각을 훔쳐 온 것만 같은 방.
그걸 보고 있자니 크리스마스의 설렘에 마음이 떨리고 몸이 둥실 떠오르는 듯했다.

어릴 적 저런 크리스마스를 한 번이라도 보내 봤더라면 얼마나 행복했을까라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만약 그랬더라면 훨씬 더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이 됐을 것만 같다는 그런 생각.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마음 한켠이 아릿하게 아파왔다.
그 시절의 결핍이 의식 위로 떠오르며 외로움이 같이 딸려 올라온 것이다.

내 어릴 적 가난은 외롭고 쓸쓸한 그런 것이었다.
텅빈 집과 지루하리 만치 긴 시간, 한낮의 뜨거운 마당...
길고 긴 형벌 같은 유년 시절.
아무리 빨리 달려도 절대 벗어날 수 없는 그림자 같은.

어린 시절에 겪는 모든 것들은 깊고 강하게 새겨져 삶에 견고한 틀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
깨지기 쉽고 연약하지만 삶의 뿌리 같은 시간들이 된다.
다 큰 어른이 어릴 적 아픔에 쩔쩔매고 때로는 눈물도 흘릴 수 있는 이유다.

그 시절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의미와 상관없이 화려하게 빛나는 트리만으로도 내 어린 눈에 꿈과 동경 같은 걸 불러일으켰다.
주변 모든 것들이 너절하고 보잘것없어도 기대할 수 있는 미래의 뭔가를 떠오르게 했다. 희미하지만 그런 꿈마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살아올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

누구나 다 자신 앞에 놓인 어려움이 있고 때로는 그만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 삶의 모든 시간이 다 그렇게 어둡기만 한 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도 군데군데 삶의 빛과 기쁨도 분명히 섞여 있다고 믿는다.
그저 고통에만 몰두하느라 눈여겨보지 못할 뿐.
시선을 돌리면, 생각을 바꾸면 삶의 다른 면들이 보인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어쩌면 우리의 시선을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또 다른 삶의 면모들을 보여줄 준비를 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보물 찾기처럼 찾아야 하는 삶의 내밀한 진실은 우리가 끈질기고 지치지 않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기다릴 것이다.

올해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온다.
그리고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로든 빛이고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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