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기 힘든 하루
그런 날이 있다.
그날도 어김없이 해가 뜨고 이불을 개고 아침을 먹고 양치를 하는데... 이상하게 힘이 든다. 몸 안에서 심지가 빠져나간 허수아비처럼 헛발질을 하는 기분이고 모든 게 명확하지 않고 희미하다. 마음 안에는 안개 같은 불안이 스며있고 내 안에서 나를 일으켜 세워주던 분명한 빛이 사그라져 버린 기분이다.
사방이 잿빛이고 어디에도 활기찬 기운이나 의미 있어 보이는 삶의 자락이 보이지 않는다.
나랑 숨바꼭질이라도 하자는 건가.
다들 어디 갔지?
그건 마치 어릴 적 자다가 깨어보니 바깥은 어두운데 나만 빼고 온 가족이 다들 어디로 외출을 했을 때 느낄 법한 것이었다.
어딘가에 모여서 차고 활기 넘치는 웃음을 터트리며 반짝이는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
소외된 기분은 너무나 씁쓸하고 허망하여 울고만 싶은데 눈물조차도 마음대로 나오지 않는다. 마치 투명 인간인 듯 철저히 유리된 느낌이 너무나 외롭다.
이런 식의 마음 무너지는 기분이 아무 이유 없이 지금 여기에 있다.
사방을 둘러봐도 변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 이상하게 모든 게 다르다.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깃들어 있던 정령이 다 사라져 버린 걸까
생기를 잃은 삶은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순식 간에 흑백으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내가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이유가 없는 건 아닐 것이다.
그런 날이다 오늘은.
견뎌야 되는 날.
숨을 작게 조금씩만 내쉬며 산 듯 죽은 듯 보내야 하는 그런 하루.
엿가락처럼 길게 늘어진 시간은 째깍째깍 초를 재며 나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조롱하듯 바라본다.
시간은 친절하기도 다정하기도 했는데
이 순간만큼은 삶과 공모한 시간의 야비함이 느껴진다.
나와 분리된 세상은 몽롱하고 얼빠진 모습으로 흐느적거리고 나는 꿈인 듯 하루를 꼭 감아버린다.
그런 날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어 있어야 한다.
모든 생기가, 정령이 다시 돌아올 때까지 빈집을 밤새 지키며... 희박한 공기 속에 섞여 존재하지 않는 듯 기다려야 한다.
하늘이 맑고 해가 화창해도 꼭 그런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