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고래>를 읽고
기후변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거와는 달리 지구의 허파는 아마존이 아니다. 식물은 자신이 만든 산소를 자신이 또 사용한다. 진짜 지구의 허파는 산소의 50%를 만드는 바닷속에 사는 조류고, 그 조류의 번성을 돕는 것이 바로 고래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그 고래가 멸종 위기에 처한다. 특히 천식을 앓고 있는 아비와 아스트리드에게는 살기 힘든 환경이 되어버린다. 이는 기후변화가 결국 인간이 숨쉬기조차 힘든 세상을 불러올 것임을 경고한다.
미국에서는 환경운동가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한다. 예를 들어 어떤 환경단체 비싼 명화 위에 토마토 수프를 던지는 사건이 있었다. 책 속에서 아비는 학교에서 퇴학을 당했는데, 이유는 위기의 지구라는 단체에 가입해서 웹사이트를 해킹하고, 화면에 위기의 지구 로고가 나오게 하는 디지털 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아비 입장에서는 사람들이 환경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렇게 강하게라도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의도와 달리 환경과는 관계없는 피해자를 만들고, 대중들의 신뢰를 잃기 쉽다. 환경운동은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야 한다. 이 책이 좋은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나도 환경에 대한 이야기에 질려 둔감해져 있었는데, 소설 속 이야기를 읽으니 새롭고, 경각심을 주고,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이 책이야 우리에게 필요한 평화로운 환경운동이다.
인공지능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중요한 일들은 대부분을 인공지능 문라이트가 해주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해킹을 한 것도, 고래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고 그 소리를 녹음한 것도, 섬을 가꾼 것도, 배를 항해하는 일까지 전부 문라이트가 담당한다. 청소년이던 아비와 톤예가 지구를 살릴 대단한 일들을 한 것은 인공지능을 유용한 도구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점점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 톤예가 마지막 고래를 찾아서 분석 장치를 달기 위해 총을 쏘는 순간에 문라이트가 “지금 쏘세요”라고 말하지만, 톤예는 “아직 아니야, 내가 할 거야”라고 고집하다가 연달아 실패한다. 결국 문라이트의 지시를 그대로 따르는 순간에서야 성공한다. 그 장면은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만큼은 이제 인공지능이 더 잘하게 되었다는 무서운 현실을 보여준다. 여기서 우리에게 주어진 질문은 인공지능이 더욱 더 발전을 하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인공지능을 도구로 다룰 수 있는가다. 이미 학생들 사이에서도 숙제를 스스로 하지 않고 인공지능이 대신 써준 글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습관은 생각하는 힘 자체를 빼앗는다.
결말에는 문라이트가 전 세계 컴퓨터를 해킹해서 고래의 노랫소리를 방해하는 장치들을 모두 꺼버린다. 여기서 문라이트는 좋은 일을 했지만 현실에서 인공지능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챗GTP가 생긴 이후 페이스북을 포함한 여러 사이트에서 AI스팸메일이 생겼고 나도 AI악플을 받아본 적이 있다. 문라이트가 놀라운 발전을 이루는 것을 보며, 저것이 우리의 미래구나. 미래에는 AI스팸메일보다도 악질적인게 나오겠구나 싶었다.
결론
지구는 이미 많이 손상되어 아비와 톤예는 천식을 앓고 있는 어린 아스트리드를 데리고, 살아남기 힘든 이곳을 잠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아비와 톤예, 아스트리드는 모두 환경 문제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자이기도 하다. 기후변화는 우리가 만들어낸 환경의 위기이고, 인공지능은 우리가 만들어낸 강력한 도구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책임과 능력 또한 우리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