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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금문 Aug 22. 2024

근로시간은 줄였지만 업무가 반으로 줄어든 건 아니라서요

퀘스트 : 주 20시간 내에 그동안 하던 일을 최대한 다 하시오(?)


주 2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줄였다고 하니 누군가는 물어본다.


“그럼 일도 반으로 줄인 거예요? “


그럼 나는 고민하다가 이렇게 대답한다.


“음.. 네..니요.”




직종마다 직업마다 직급마다 개인의 업무적 야망 또는 가치관에 따라 다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일하는 시간을 줄이면 해야 할 일도 줄어든 것은 맞다.

내가 근로시간을 줄여서 나오게 되었다고 하니, 회사에서 나를 찾는 빈도(?)가 좀 줄어든 것 같았다. 이건 내 느낌적인 느낌이라서 정확하게 말하기는 어려우나 어쨌든 내가 느끼기에는 그랬다. 아무래도 일을 시키려다가도 자리에 사람이 없으니 나에게 일을 주고 싶다가도 미루거나 다른 사람을 찾거나 그랬을 것이다. 대부분 소소하게 내가 해도 되지만 다른 사람이 해도 되는 공동 업무의 경우는 내가 자리에 없을 때에는 당연히 다른 사람에게 갔을 것이다.


내가 수요일이 휴무였으니, 수요일로 정해진 회의라든가 일정에는 당연히 내가 배제되었다. 쉬는 날이니 내가 참석할 수 없었다. 이 경우는 다른 사람이 참석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회사에 나가지 않는 휴무일이 정해져 있고, 내가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든 이상, 나에게 부여되는 일이 다음으로 미뤄지거나 다른 동료에게 넘어가거나 아예 일이 축소되는 경우가 있었다. 소소한 잡무의 경우가 대개 그랬다.






© headwayio, 출처 Unsplash





그런데 사실 업무가 반으로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해야만 하는 업무는 정해져 있고 그 일은 다른 사람에 대체하기 어려운 종류가 많았기 때문이다. 일하는 시간을 반으로 줄였어도 내가 해야만 하는 일들은 온전히 나의 몫이었다. 매우 당연한 것이라 이 점이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불만을 가지지도 않았다.


문제는 회사에 나오는 시간이 반으로 줄였는데 그대로인 업무량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뻔하게 짐작되겠지만,  방안은 몇 가지 정해져 있었다.


첫째, 일하는 시간에 집중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다.

내가 주로 사용한 방법이었다. 뭐 대단한 비결은 아니지만은, 평소보다도 더 일에 몰두하여 끝낸다는 것은 나름의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집중력이 다소 부족한 사람이라 몰두하려고 평소보다 더 나를 쥐어짜야 했다.

어떻게든 시간 내에 이 일을 끝내버리고 말겠다는 의지가 제일 중요했다. 시간 내에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서 아들을 돌보겠다는 일념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둘째, 자투리 시간을 모을 수 있을 만큼 모으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시간이 없다? 그러면 시간을 만드는 수밖에. 헤르미온느가 아닌 이상, 하루를 48시간으로 만들 수는 없지만 자투리 시간은 모을 수 있다.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점심시간을 아끼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나는 식사하는 걸 그리 즐기지 않는 편이다. 대충 배만 채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편이라 점심시간을 아끼는 걸 잘할 수 있었다. 대개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사 와서 먹으면서 일하는 걸 즐겼다. 사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혼자 일하는 것은 집중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셋째, 일을 쳐내는(?) 것이다.

과업이 축적되어 있으면 아무리 잘해보려고 해도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내가 점심시간에도 일하고 일할 때 무시무시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일을 마무리한다고 해도 쌓여 있는 일이 많으면 근본적으로는 소용이 없었다. 쉽고 빠르게 끝낼 수 있는 일을 먼저 해버려서 쌓인 일의 개수를 줄인다 해도 계속 누군가가 나를 찾아서 해야 할 일은 다시 늘어나기 마련이었다. 그럴 때는 일을 쳐냈다. 내가 할 일이 아님을 분명히 전달하든가, 동료에게 도움을 요청하든가.

물론 안타깝게도 성공한 적은 거의 없었다.


넷째, 회사 밖에서도 일하고, 휴무일에도 일하고, 초근도 하는 것이다.

제일 피하고 싶지만 결국 하게된 방법이다. 일하라고 정해준 시간이 업무량에 알맞게 되어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물론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업무의 중요도, 업무량, 업무에 필요한 소요시간을 고려해서 근로시간을 정하는 것은 아니니까.  

나도 마찬가지였다. 하루 8시간을 일할 때도 때로 초근을 하곤 했었는데, 업무량이 획기적으로 줄지 않은 이상, 주 20시간을 일하는 데 초근을 안 하게 될 리가 없다.

가끔은 휴무일에도 일했다. 집에서도 연락을 받고 일하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사실상 나의 경우 일하는 시간은 줄었어도 업무량이 그만큼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시간에 비례하여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일하러 나가는 시간만 줄었을 뿐 기존에 일하는 것과 특별히 차이점은 없었다.



그래서 사실 남몰래 걱정한 점도 있었다.

일하는 시간이 반으로 줄어들었음에도 해내는 일이 비슷하면 오해를 사지 않을까 했다. 극단적으로 상상해보면 

- 근로시간이 줄었는데 업무가 진행되는 데 차질은 없네? 그러면 앞으로도 이 정도의 돈으로 이 정도만 부려서 일을 시키면 되겠는 걸

이런 결론을 마주치게 될까봐 걱정했다. 



 다시 말해서 일 하는 시간이 줄었는데 업무 진행이 무리없이 잘 돌아가게 되면, 

원래 하루 8시간 일할 때 업무량이 너무 적었던 것이라든가

- 그래서 보통의 근로시간으로 복귀했을 때 업무량이 두 배로 많아지게 될까 봐

- 또는 그래서 원래 하는 일에 비해 급여를 많이 받고 있었다고 여겨질까 봐

- 아니면 또는 줄어든 만큼 급여를 줄여서 시켜도 일은 기존만큼 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고 여겨지게 될까 봐

염려했다. 


내가 평소보다 더 노력하여 주어진 일을 잘 마치려고 아등바등 노력하는 건 안 보이고 줄어든 업무 시간만 회사에 각인될까 봐 우려스러웠다.



여하튼, 일하는 시간은 반으로 줄였다. 해야 하는 업무는 그만큼 줄이진 못했다.

그럼에도 나는 일하는 시간을 줄인 걸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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