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금문 Sep 20. 2024

이모님도 고맙지만, 저는 직접 애를 보고 싶은데요

하루 한 시간이라도 단축근무가 필요한 이유


최근 서울시의 필리핀인 가사관리사 도입이 화제가 되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고용하여 아이 돌봄과 가사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정책을 따온 것이라고 한다. 이 제도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건 아니고, 가사도우미 또는 그냥 우리가 편하게 부르는 ‘돌봄이모님’의 존재는 이제 흔하고 보편적인 직업군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좀 적어본다. 흔히 부르는 대로 ‘이모님’이라고 약칭하여 쓴다.


아닌 경우도 있겠지만 이모님을 찾는 건 대개 아이가 있는 맞벌이부부일 것이다. 그것도 조부모나 친인척, 가까운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가족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경우에 이모님을 구하여 아이의 등하원(또는 등하교) 아니면 여기에 더하여 아이의 하원(하교) 후 간단한 일상 챙김이나 집안일의 도움을 받게 될 것이다.


나도 맞벌이하면서 아이를 낳고 나니 이모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모님을 구하는 것도 구하고 나서도 다 쉬운 것만은 아니더라.


금액이 가볍지만은 않았다.

물론 당연히 신뢰를 바탕으로 내 새끼를 맡기는 것이고, 일하는 시간만큼 정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이므로 그 금액이 과하게 책정되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실제로 육아를 해보니 오히려 적은 것은 아닐까? 란 생각도 간혹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우리 부부의 실질소득에 비추어 봤을 때에는 부담스럽지 않은 금액이라고 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것도 당연히 쉬운 게 아니었다.

크게는 육아에 대한 가치관이나 방향은 물론이고 사소한 것까지 생각하면

사람을 구하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내 일이 아닌데도 회사의 인사담당자들의 고충이 갑자기 이해되게 된달까)

출산 직후에 산후도우미를 2주간(정확히는 열흘) 구하여 일과 시간(9시부터 18시까지) 육아 도움을 받았었는데

이 짧은 기간에 나는 편안함보다는 불편함을 더 많이 느꼈다.

이 경험 때문에라도 이모님을 구한다면 더 신중하고 싶었고, 그만큼 어려웠다.


설령 이 두 가지 어려움이 해결되어

정말 좋으신 분을 감당하기 적당한 금액에 구할 수 있게 된다고 하더라도

나는 또 큰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었다.




나는 가능하면 내가 직접 내 새끼를 보고 싶다



그건 바로, 내가 직접 아이를 돌보고 싶다는 것.



베테랑 이모님도, 나만큼 큰 사랑으로 돌봐주실 이모님도 다 좋지만

나는 그보다는 내가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더 직접 보고 싶었다.

 어린이집 등하원을 직접 시켜줄 수 있으면 좋고

가능하면 어린이집도 연장시간 없이 정규시간만 다니게 할 수 있으면 더 좋고.



이런 마음은 욕심인 걸까?







정부에서 아이를 낳고 돌보는 데 여러 정책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

어린이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좀 더 늦게까지 아이를 돌봐줄 수 있도록 방안이 나오고

가사도우미 지원도 해주고.


그래도 나는 한 시간이라도 더

내가 직접 내 아이를 돌보고 싶다.

내 아이의 눈을 보고 살을 맞대며

꾸지람도 하고 안아도 주면서

하루 한 시간이라도 커가는 모습을 더 보고 싶다.







이전 08화 근로시간은 줄였지만 업무가 반으로 줄어든 건 아니라서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