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의 역설
한 달 전부터 스마트폰에서 기본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사용 빈도가 높은 앱들을 과감히 삭제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도 포함해서다. 예전의 나는 스스로 자극적인 콘텐츠의 유혹에 꽤 단단한 저항성을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업무와 각종 불안,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낼 수 있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필요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직장에서 조금 먼 곳으로 이사하면서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것도 한 원인일지 모른다. 무엇이 원인이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짧은 콘텐츠에 노출되는 시간이 늘면 늘수록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평소 나는 매일 책을 꾸준히 읽으려고 한다.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독서를 해오며 습관처럼 굳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쇼츠와 자극적인 콘텐츠에 반복적으로 노출되자 도무지 독서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예전에는 1시간 동안 무리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었는데,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스마트폰에 탑재한 이후로는 30분조차 넘기지 못했다. 집중력 문제뿐 아니라 콘텐츠 자극도에 무뎌지기도 했다. 독서는 비교적 저자극 콘텐츠인데, 짧은 쇼츠나 영상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극을 준다. 화면이 반짝이지 않으면 금세 지루해지고, 예전만큼 깊은 생각에 시간을 들이는 일이 시시해졌다. 그제야 나는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의 위험성을 체감했다.
굳이 자기 계발의 목적에서 두 앱을 삭제한 것은 아니다. 이건 나의 만족도와도 연결되어 있다. 독서로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때는 작은 것 하나에도 쉽게 기뻤다. 빗소리가 유난히 좋게 들린다든가, 일상 속 소소한 기쁨에도 행복을 느꼈다. 영상에 크게 의존하지 않으니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도 늘어났다.
책에서 “쇼츠를 멀리하라, 스마트폰에 너무 의존하지 말라”는 구절을 종종 보곤 했다. 그럴 법도 하다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나 스스로 그 경험을 해보니 왜 SNS가 내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이 경험을 통해, 스마트폰이 ‘스마트’할지라도 기계나 소프트웨어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면 오히려 내가 덜 스마트해진다는 사실을 느꼈다. 나는 이것을 '스마트폰의 역설’이라고 부르기로 했다.
생각해 보면 놀랍다. 2007년 애플에서 ‘아이폰’이라는 이름으로 스마트폰이 혜성처럼 등장했다. 이어 2008년에는 삼성에서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다양한 모델이 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이어 필수 기기로 자리 잡았다. 업무 외에 다른 일을 하지 않는 한, 아예 컴퓨터를 쓰지 않는 사람도 많아졌다. 스마트폰은 삶을 편리하게 만들고 업무 효율을 높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이전의 시절을 떠올려보면 놀라우면서도 미소가 지어진다.
그때는 궁금한 것이 생기면 컴퓨터를 켜고 부팅이 끝나기를 기다린 뒤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집 안에 있는 책을 찾아보았다. 당시 나는 학생이었지만, 상상해 보자면 직장인 입장에서 실시간으로 업무 이메일을 확인하는 것은 지금보다 훨씬 어려웠을 것이다. 상사의 메시지를 덜 확인했고, 삶에는 조금의 여유가 더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하철 안에서 사람들은 지금처럼 스마트폰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일을 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이 온라인에서 사람들을 연결해 줬을지 몰라도, 물리적인 차원에서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어떤 방면에서 오히려 멀어지게 만든 것은 아닐까?
스마트폰이라는 ‘부가적인 인공 뇌’에 의존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었던 영역에서 전에 없던 부작용을 느끼는 건지도 모른다.
과학에서는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등가교환의 법칙’이라 부른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도 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적어도 스마트폰 속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은 내가 통제할 수 있다. 휴대폰에서 영상을 보지 않는 대신, 집에서는 보고 싶은 영상을 건너뛰지 않고 끝까지 보려고 한다. 인스타그램으로 지인과 연락해야 한다면 시간을 정해 랩톱에서 필요한 일에만 쓰려한다. 스마트폰은 적어도 내가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정할 수 있다.
나는 최근 내 결정을 직장 동료들에게 점심을 먹으며 털어놓았다.
"요즘 SNS를 지우니까, 평소보다 나 자신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 같아요."
동료들은 건강한 선택이라고 인정하면서도, 하루라도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이 손에 없으면 일상이 힘들게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나도 첫 하루 이틀은 어색하고 이상했다. 괜히 휴대폰을 켰다가, 유튜브가 없다는 걸 깨닫고는 다시 덮어버리곤 했다. 물론 구글 검색으로 크롬을 통해 유튜브 영상을 볼 수도 있었지만, 마음먹은 김에 아예 손을 대지 않기로 했다. 신기하게도 사흘이 채 지나지 않아 변화가 나타났다. 지루해 보이던 취미 활동이 더 재미있어졌고,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고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꼭 하는 말이 하나 있지 않은가.
"게임은 적당히 해라."
사실 이 말은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사는 현대인 모두에게 필요한 말일지도 모른다. 특히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는 어른이들에게는 더 그렇다. 물론 유튜브를 보며 스트레스를 푸는 사람도 있고, 영상을 통해 공부하는 사람도 많다. 결국 중요한 건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이다.
적어도 나는 지금 내 선택에 매우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