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고양이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 슈퍼마켓을 자주 가진 않았다. 주차장이 매장과 바로 연결되지 않아서 불편했고, 낮에도 습하고 어두컴컴한 느낌이었다.
어느날 밤에 거기서만 파는 술을 사야 한다는 남편 때문에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는 홀로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텅 빈 주차장에 돌아다니는 작은 고양이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고양이는 천천히 차 곁으로 다가왔다.
나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고양이는 몸매가 날씬하고, 노랗고 흰 색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털로 온 몸이 덮여 있었다. 뭘 잘 모르는 내 눈에도 예쁜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방향을 정하고 망설임 없이 걸어왔다. 차 주변을 한참 돌다가, 마침 남편이 다가오자 그의 옆에 쪼그려 가만히 앉았다. 움직임이 우아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지만 사람이 익숙한 듯 보였다.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그는 고양이의 목덜미를 몇 번 쓰다듬고, 등을 가만히 만져 주었다. 고양이는 얌전히 손길을 받았다.
"쓰다듬어 주지 마. 그러다 정들면 어쩌려고 그래? 끝까지 책임질 거 아니면 그만하고 빨리 차에 타."
"잠깐 만져주는 건데 어때. 예뻐해 주면 얘들도 좋아해."
한참 고양이를 쓰다듬고, 목 밑을 긁어주고 나서, 그가 차에 타려는 순간 고양이는 잽싸게 조수석의 열린 문으로 들어와 의자 밑에 오도카니 앉았다. 아무리 나가라고 해도 나가지 않았다. 울지도 않고 고요하게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었다. 집으로 데려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처하고, 부담되고, 그러면서도 그 위에 살짝 엷은 설렘이 덮인 생소한 감정이었다. 이게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너 내 캔따개가 되겠니?' 하는 간택의 순간인가 싶었다.
하지만 한번도 반려동물과의 생활을 상상해 본 적 없었기에 돌볼 자신도, 데려온 게 후회되지 않을 정도로 사랑해 줄 자신도 없었다. 고양이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도, 애초에 반려동물을 길러본 적도, 기르려고 마음먹어 본 적도 없다. 더군다나 그 때 우리는 7평짜리 원룸에 살고 있었다. 사람 둘이 살기에도 복닥스러운 공간이다. 그런데 이 고양이를 집에 데려가서 기른다? 한번도 빌린 적 없는 돈을 갚아야 하는 기분 같았다. 턱, 하고 숨이 막혔다.
"그러길래 내가 만져주지 말라고 했잖아. 데려가서 키울 것도 아닌데 왜 쓰다듬어 줘?"
나는 신경질을 냈고, 우리는 차에서 나가지 않으려는 고양이를 가까스로 보다듬어 안아 주차장에 다시 내려놓았다. 서둘러 차에 시동을 걸어 떠나는 뒤로 그 자리에 멈춰 서서 가만히 우리를 바라보는 고양이의 모습이 보였다. 고양이는 생각보다 묵직했다.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고 그저 부드럽게 늘어지던 고양이 몸의 기묘한 느낌과 은근한 무게. 그건 살아있는 생명체만이 가질 수 있는, 뛰는 심장을 갖고 있는 것들의 무게였다. 사랑받아야만 하는 생명의 결코 가볍지 않은 중량이었다. 감자나 당근, 책이나 핸드폰과는 느낌이 달랐다. 영혼의 무게 같았다.
그 후에도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고양이의 앉음새가 떠나지 않았다. 가끔 오도카니 앉아 있던 고양이의 모습이 떠오르고, 빈 손에 고양이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건 슬프고도 쓸쓸한, 그러면서도 사랑스럽고 아련한 풍경이었다. 곁에서 바라볼 때는 그저 귀여웠는데, 그게 내 삶이라 생각하자 책임감이 따라 붙었다. 길가에 날리는 예쁜 낙엽을 주워다 마음 한가운데 반짝이는 유리 문진으로 눌러둔 것 같은 아름답고 묵직한 기분이었다.
갓 태어난 아기가 귀여운 이유는 그래야만 부모가 보살피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돌보는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하는 호르몬의 마법을 부리는 것이다. 그때의 그 고양이도 그랬다. 어찌나 예뻤던지 나는 처음으로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을 상상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고양이의 마법에도 불구하고 '돌봄'에 끔찍하게 취약하고 서툰 내 속성은 바뀌지 않았으리라. 아마 그 때 그 고양이를 데려왔어도 나는 잘 돌보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 아닌, 따뜻한 피가 도는 생명체와 주거 공간을 함께 쓰는 것이 나는 두려웠다. 고양이에게 절망적인 미안함을 느끼며 그 자리를 떠났다. 죄책감은 마음 한 귀퉁이에 오래도록 끈적하게 말라붙어 있었다.
"다음번에 거기 갔을 때 주차장에서 또 그 고양이 만나면 어떻게 해?"
"그땐 키워야 해."
그래야겠다, 고 생각했다. 두 번이나 그 고양이를 들어 옮길 수는 없다고. 만나면 그건 정말 인연일거라고. 그러나 다음 주에도, 그 다음 번에도 슈퍼마켓의 주차장은 고요하게 비어 있었다. 이후로 나는 두 번 다시 그 슈퍼마켓에 가지 않았다. 남편도 거기 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다. 그 고양이는 좋은 주인을 만났을까. 마땅히 받아야 하는 보살핌을 받고 있길 바란다. 밀도 높은 사랑을 받을 만한, 그런 무게를 지닌 고양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