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5개월 된 작은 강아지 또리는 혼자 살고 계시는 할머니의 친구로 입양되었어요.
할머니와 또리는 함께 밥도 먹고 산책도 하며 둘도 없는 가족이 되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할머니가 마당에서 빨래를 하시다가 넘어지고 말았어요.
뒤에서 공을 차며 놀던 또리는 할머니가 금방 다시 일어날거라 생각했지만 다리를 다친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못하고 누워계셨죠.
"할머니....? 할머니....!"
놀라고 당황스러운 마음에 또리는 낑낑대며 할머니의 곁을 맴맴 돌기 시작했어요.
'할머니가 이대로 못 일어나면 어쩌지....?!'
한참을 할머니 곁에서 고민하던 또리는 결심했어요.
'그래! 이렇게 있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거야. 내가 나가서 할머니를 도와달라고 말해야겠어!'
또리는 깡총깡총 뛰어 나무대문 앞으로 갔어요.
조금만 흙을 파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죠.
그러다 순간, 할머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또리의 발목을 붙잡았어요.
"아무리 대문이 열려있어도, 함부로 밖으로 나가서는 안돼. 누군가 너를 데려간대도, 이 할미는 너무 느려서 너를 잡으러 다닐 수 없어"
"네 할머니 걱정마세요, 저는 겁이 많아서 할머니와 함께가 아니면 절대 담장 밖으로는 나가지 않을거예요"
'어쩌지....'
다시 자리에 앉아 고민에 빠진 사이 서산너머로 해가 붉게 물들어갔어요.
머지않아 어둠이 찾아올 것 같았죠.
'그래! 이대로 있으면 할머니가 위험해!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건 나뿐이야!'
결심을 마친 또리는 작은 앞발로 열심히 대문 아래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혼자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어요.
그때, 문 앞으로 누군가가 지나갔어요.
"저기!! 나 좀 도와주면 안될까?!"
또리의 외침을 들은 쥐돌이가 말했어요.
"어 너 또리구나. 무슨일이야? 평소에는 내가 너희 집 담장만 넘어가도 으르렁대며 쫓아내기 바쁘더니"
"우리 할머니가 다치셨어. 밖으로 나가야하는데 혼자서는 역부족이야.부탁이야, 제발 좀 도와줘"
"흠...알겠어 내가 밖에서 파볼테니 너는 안쪽에서 흙을 파내렴"
쥐돌이의 도움으로 또리는 쉽게 바깥에 나올 수 있게 되었어요.
"고마워! 정말 고마워!"
감사 인사를 마친 또리는 열심히 달렸어요.
그러나 거리엔 사람이 없었지요.
'어쩌지....?!'
그때, 풀숲에 숨어있던 길냥이가 말했어요.
"맨날 할머니랑 산책하러 나오는 강아지 맞지?"
"맞아! 내 이름은 또리야. 혹시 나 좀 도와줄 수 있니?"
"내가 왜 그래야하지? 넌 우리가 조용히 지나가기만 해도 으르렁대며 싫어했잖아"
"그건....! 혹시 할머니에게 위협이 될까 싶어서 그랬던거야. 지금 우리 할머니가 다치셨어, 너의 도움이 필요해"
"흠....알겠어. 내가 동네 길냥이들을 모아볼게. 이 동네를 잘 알고있는 애들이 많으니까 방법이 있을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렇게 동네의 고양이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어요.
모두가 도착했을 무렵, 제일 연장자 고양이가 말했어요.
"강아지들도 함께하자! 동네 강아지들까지 모두 모여 목소리를 내면 더 효과적일거야"
또리와 고양이들은 한마음이 되어 마당에 살고있는 강아지들에게 찾아갔어요.
또리와 쥐돌이가 그랬던 것처럼 고양이들의 도움으로 대문 아래 흙을 파내서 동네의 강아지들까지 모두 모일 수 있었지요.
"자, 이제 우리 모두 또리의 집으로 가서 도와달라고 함께 외치자! 우리의 목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와서 도와줄거야!"
동네의 고양이, 강아지들과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또리는 깜짝 놀라고 말았어요.
아까 또리를 도와주었던 쥐돌이가 친구들을 데리고 문 앞에 와 있는게 아니겠어요?
쥐돌이가 말했어요.
"니가 친구들을 모으고 있다길래, 우리도 작은 도움이 될까 싶어서 와봤어"
"고마워! 정말 고마워!"
또리와 친구들은 쥐돌이 친구들이 넓게 파놓은 구멍으로 들어가 할머니를 둘러쌌어요.
그리고는 저마다의 목소리로 외치기 시작했지요.
"도와주세요!! 여기 좀 봐주세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합창을 이루자 이내 집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어머!! 감나무집 할머니가 쓰러지셨어!! 얼른 구급차를 불러줘요!!"
그렇게 할머니는 무사히 병원으로 옮겨졌고 또리는 동네에서 유명한 강아지가 되었어요.
사람을 살린 강아지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멀리서도 또리를 보러 오는 사람들이 생겨날 정도였지요.
하지만 또리는 알고 있답니다.
그날, 담장너머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밖에 나갈 용기를 내지 못했다면.
친구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의 순간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요.
이제 또리는 더 이상 마당에서 혼자 공놀이를 하지 않아요.
오늘도 내일도, 활짝 열린 담장 너머로 친구들이 들어오기 때문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