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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Nov 12. 2021

뜰집 이야기

제1화 나의 뜰을 내놓다

제1 화. 나의 뜰을 내놓다

  아침 8시. 뭐 안 해도 돼. 아무것도 안 해도 돼. 그냥 천천히 좀 이따 생각해도 돼. 무엇을 급히 하려고 허둥대는 몸에게 머리는 지그시 또 달랜다. 그래도 오늘은 비교적 이르게 평정심을 얻는다. 이제 두 달여가 지난다. 이 시간에 아무것도 안 해도 되기를 시작한 지. 

  아침이면 유독 더 긴장한다. 30여 년의 빽빽한 삶은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가는데 꽤 시간을 요한다. 가만히 아무 생각 없이 있는 것이 아직 어렵다. 무슨 일을 빠트린 건 아닌 지, 지금 할 일이 무엇이지, 이후에는 뭘 해야 하는지... 계속 체크한다. 그러다 풋 웃고 만다. 난 이제 무엇이든 천천히 내가 원하는 시간에 할 거야. 그래도 충분해. 음 괜찮아.

  나는 하루 시간표에 색상과 이완을 넣으려고 탈 것을 바꾸기로 했다.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리기로 했다. 여력이 없을 때는 모든 것에 사랑을 잃기 쉬울 테니까. 나의 길은 여전히 건축이다. 조금 방향을 틀어서 다른 경치를 보면서 가고자 내렸다. 건축과 교수로서 건축을 바라보며 22년을 지냈다. 학교에서 보낸 시간은 참 고마운 기간이면서도 직장인으로서의 내성이 또한 길러졌다.

  누구나처럼. 열심히 살았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건축을 사랑하는 것 같다. 친구들은 나땜에 건축에 주목하고 동경한다. 평생 하다시피 한 건축을 내가 늘 좋아하고 신나 하는 것이 신기하단다. 그래서 찐 친구들의 아이들은 건축분야로 대부분 진학을 했다. 놀랍게도.

  동네 건축가.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다. 어떻게 지내고 싶은 지는 알겠다. 졸업 후, 건축 설계 일을 하다가 조금 지쳐서 쉴 겸 공부하러 들어간 것이 계기가 되어 학교에 자리 잡고 꽤 시간이 흘렀다. 지금 스스로 작은 걸음을 이웃들과 나누며 건축을 새롭게 시작하고자 한다. 건축 언저리가 더 맞을까. 내겐 그렇다. 이제 나는 동네 건축가가 되고자 한다. 오랜 동네, 오랜 사람들이 편안히 머무는 동네, 대문만 삐걱 열어도 옆집에 누가 왔나 내다보는 동네에서 동네 건축가가 되기로 했다. 

  몇 달을 새 터전을 위해 고민이 많았는데, 오래 비워져서 굳게 닫혀있던 장소에서 뜻밖에 마음이 열렸다. 닫힌 담장 속에 방치된 조그만 뜰이 내 숨결처럼 새 숨쉬기를 원해 보였다. 나는 뜰과 함께 새롭게 숨쉬기로 했다. 동네 건축가가 되어.

  그리고 용기 내어, 나의 뜰을 동네 사람들에게 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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