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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Nov 12. 2021

뜰집 이야기

제2화 처음, 뜰을 만나다

   1994년, 대학 졸업 이후 대기업에 취업하여 3년 동안 맹렬히 일하느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있었다.  사고력이 멈추는 듯 쉼 없는 건축설계업무에서 잠시 도피할 겸 약간은 느슨할 것 같은 건축 비평을 공부하겠다고 대학원 문을 두드렸다.

   나는 석사과정만 공부할 계획이었기에 포괄적으로 지도해주실 교수님을 선택하여 즐겁게 몇 번의 스터디 세미나를 가졌다. 그러던 어느 봄날, 지도교수님께서 연구실에서 답사를 가는데 같이 가자는 제안을 하셨다. 사실 지도교수님은 전통 주거를 전공하시는 분이어서 내게는 조금 생뚱맞게 느껴졌지만 재미있는 것 같아서 연구실 선배들을 따라나섰다.

   우리는 산을 굽이굽이 돌아 넘어 경북 청송지역에서도 깊은 작은 마을에 도착하여 작은 한옥 앞에 도착했다.  교수님은 한 눈에도 너무나 조그마한 그 집 대문을 들어서다가 뒤를 돌아보시며 나를 찾으셨다. 어서 와서... 들어가 보라고. 

   아... 잠깐 숨이 멎는 순간. 한옥의 내부 공간을 예상하고 들어섰는데 하늘이 열려 있었고, 하늘이 내려와 조그만 뜰을 감싸며 키운 듯했다. 따뜻한 코트를 입는 것처럼 나를 감싸는 공간은 할 말을 잃게 하였다. 내부 처마는 머리에 닿을 듯 낮았고 햇살을 뜰아래로 빗물처럼 흘러 보내고 있었다 처음 맞닿은 가장 작은 우주의 공간감이랄까. 감탄의 충격 속에 있는 나는 이 집을 이 지역 사람들은 '뜰집'으로 부른다고 처음 들었다. 뜰의 크기가 3자 (90cm)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남아있는 제일 작은 뜰집이라고 했다. 너무나 아쉽게도 이 집은 곧 허물어지고 기록되지도 못한 채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 위 사진은 그곳을 짐작이라도 해 볼 수 있는 양동마을 향단으로 현존하는 가장 작은 뜰의 하늘 사진이다. 

   일반적으로, 뜰은 마당을 뜻한다. 그래서 안뜰, 뒤뜰 등 우리의 주거에서 친근한 보통명사로 쓰인다. 그런데, 경북 북부지역에 주로 분포하는 뜰집은 고유명사처럼 쓰이는 주거 형태로서 口자형의 주거공간 구성을 하고 가운데 뜰이 있는 주거 형태를 일컫는다. 가운데 중정이 있는 주거 형태는 중국의 사합원이나 중동지역 등 고온 건조한 기후에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뜰집에는 아주 지혜로운 형성 배경이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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