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동네건축가 Aug 10. 2022

텃세는 이제 그만!

  요즘처럼 연일 비가 오거나 폭염이 지속되면 건축 작업 현장은 지극히 열악한 상황이 된다. 외부에 잠시 서있기만 해도 힘든 날씨에 고된 일을 온종일 해내는 현장 노동자의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이 까맣게 그을려서 땀을 쏟으며 하는 일은 가족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이 아니면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건축감리 현장에 나가는 날이면 돌아오는 길이 무겁게 느껴지는 이유이다. 

  최근 내가 감리하는 주택 현장에 민원이 있다고 @@군청에서 전화가 왔다. 며칠 전에 갔을 때도 별 문제가 없었는데 무슨 일인가 알아봤더니 현장 뒷집에 사는 사람이 민원을 넣은 것이었다. 아직은 불법이 일어나지 않았는데 일어날 것을 염려하여 공사를 중단하라고 민원을 넣었단다. 


  현장은 조성된 지 10여 년이 지난 전원주택단지 내에 위치해 있다. 조성된 단지에는 이미 거의 대부분의 대지에 주택이 들어서 있고 지금은 2필지 정도 남아있다. 주택공사 현장과 민원인의 대지는 남쪽을 기준으로 앞 뒤로 있는데, 집 사이에는 작은 도로가 있고 현장의 토지는 도로와 고저 차가 1개 층 정도 된다. 이 도로와 현장의 대지경계선은 20센티 남짓 차이가 있다. 앞집 공사 현장의 설계도면에서는 2층 바닥에서 뒷길 방향으로 연결다리를 내고자 하였다. 

  그런데 이 연결다리를 설치하면 도로를 침범한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의 옆집들은 이미 다 이렇게 뒷길을 사용하고 있는데, 자기 집 방향인 뒤쪽으로 나오지 말라는 것이다. 

  물론 건축법에서 도로는 침범하면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도로가 일정 폭으로 조성되어있고 기존의 도로에 연결하는 차원에서 뻗은 구조물을 불법이니까 설치하지 말라고 하는 민원은 처음 겪는다. 뒷집에 아무런 해를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도시계획지역이 아닌 경우에는 실사용 도로를 우선시한다. 아무리 자기 땅이라도 사람의 통행이 이루어지던 길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호된다. 

*빗금 부분이 앞집에서 내려는 연결다리이고 대지경계선과 도로 사이에는 20센티 차이가 있다. 


*앞집은 2층으로 짓고 있고, 뒷집은 1층이다. 뒷집의 입장에서는 전망이 일부 가려진다. 








  아마 뒷집은 앞집이 2층으로 짓는 바람에 내려다 보이던 전망이 일부 가려지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모양이다. 전원주택 단지 내의 집은 거의 2층 집인데 이 집이 조금 늦게 지어진다는 이유로 텃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보인다. 더구나 뒷집은 주택단지 모임의 총무라고 한다. 

  현장에 가보니, 피식 웃음이 났다. 뒷집은 그냥 봐도 조그만 불법을 몇 개 저지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을 쓰다 보면 흔히 가벼운 증축은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불법이라면 불법이다. 자신은 괜찮고 다른 사람은 안된다는 사고방식에 웃음이 나는 것이다. 

  시골 텃세 이야기는 들어봤는데 같은 전원주택 단지 내에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텃세를 부리는 경우를 보니 마음이 착잡하다. 다른 전원주택단지에서는 마당에 바비큐 아궁이를 만들고 있으니까 옆집에서 아궁이를 못 만들게 항의를 했다. 연기가 나면 자기 집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까 일 년에 한 번씩 새로 페인트 칠을 해달라고 했다. 자신의 집 아궁이는 괜찮고 몇 백 평의 대지 한쪽에 마련하는 남의 아궁이는 절대 거슬리는 심보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한 번씩 막막하다. 

  물론 이렇게 터무니없는 민원은 결국은 정리된다. 문제는 공사가 멈춰지고 지연되면 우선 현장의 노동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일하다가 멈추면 다른 현장에 갈 수도 없고 그냥 해결될 때까지 쉬어야 한다. 공사현장을 이끄는 건설사는 이런 위험 요소를 공사비에 미리 고려해야 안정되게 일을 마칠 수 있기 때문에 공사비 산정을 높게 잡아야 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이런 돌발되는 민원 상황과 내용이 모여서 공사비는 상승하기 마련이다. 요즘 건축분야에서는 민원 없는 건축현장은 없다고 말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복잡한 도시의 삶을 떠나서..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모여서 살고자 이루어지는 전원주택 마을에서 일어나는 텃세는 도시에서 일어나는 민원보다 더 낙담하게 만든다. 서로 내어주고 보듬어주는 마음을 자연에서 배우려면 정말 오래 걸리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여름휴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