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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네건축가 Dec 03. 2021

뜰집이야기

제5화 시골버스 기사가 되고 싶었다

   이틀 전, 시험을 앞두고 집에 온 아들이 웹툰으로 성공한 이들의 유튜브 영상을 보여줬다. 이야기는 주로 경제적으로 얼마나 나아졌나 하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기분을 좋게 하는 내용이었다. 어린 시절이나 어린 날의 불운이나 가난을 딛고 꿈을 꾸었고 그 삶의 여정을 소재로 웹툰을 연재하여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서 지금은 열망하던 것을 누리며 열심히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라떼, 과거의 성공 스토리는 공부를 열심히 해서 판검사나 의사, 전문직이 되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가수가 되기도 하고 온라인 판매자나 요리사가 되기도 한다. 다양한 방향으로 제2의 인생역전 스토리가 전개되는 것이다. 물론 성공 비율을 따지면 어느 것이 더 높은 것일까를 따지지는 못하더라도 미래의 유망 분야는 다양해지고 사회가 유동적인 변화를 많이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을 교육하던 나로서는 이런 현상들이 참 기쁘다. 늦게라도 자기의 주체적 삶을 찾아서 맹렬히 추진해나간 그 노력이 가늠되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에서 자주 느끼는 각 학생들만의 고유한 가능성이 꼭 지정된 학과가 아니더라도 발현되기를 기대하고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는 학교 등급이나 학점이 그 학생의 한계가 아님을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인 것이다. 

   어떤 분야의 성공이든 공통점은 있어 보인다. 잠재적 능력이 폭발하기까지는 누구나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행운으로 성공을 얻게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것을 유지하려면 자기 고유의 것이 있어야 함이다. 누군가 이야기하던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10년이 필요하다는 '10년의 법칙'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건축설계도 마찬가지이다. 처음 건축설계에 입문하게 되면 웬만하면 다들 어려워한다. 우리 학생들도 고등학교까지 받은 교육과는 너무도 다르게 접근해야 하는 문'이과 융합적인 다각적 이해와 조합 능력을 요구하는 특성에 대부분은 황당해한다. 암기 위주나 한 분야 중심적인 사고력은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 힘들다. 건축설계능력은 그동안의 성적 순이 아닌 것이다. 그래서 새롭게 꿈꿀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가진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쌓이면 세계적인 건축가가 될 수 있다. 세계적인 건축가 중에는 중학교 출신 복서도 있고 철강 대장장이 출신도 있다. 물론 훌륭한 학력 스펙을 가진 사람도 많지만 누가 더 좋은 작품을 남기는지는 공간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의 평가 몫이다. 

   나는 체질상 게으르고 겁이 많지만 건축을 좋아해서 여행을 일찍부터 많이 다녔다. 건축물을 통해서 건축가가 하는 이야기 듣기를 좋아했고 그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취리히에서 프랑스 외딴곳의 롱샹 교회를 보려고 기차를 3번씩 갈아타면서 언덕길을 뛰기도 하면서 왕복 8시간을 가서 30분 동안 둘러보고 온 적이 있다. 2인 차비만 70만 원이 들었다. 행복했다. 그 어떠함에도 불구하고. 

  힘겹게 각 나라들의 건축을 돌아다니면서, 짐 들기 힘든 나중엔 그 행복을 연장하고자 우리 시골버스 기사가 되기를 꿈꾸었다. 사람들의 삶도 나누고 시골집들도 보살피고 싶어서 하루 두 번 정도 운행하는 버스 기사를 하고 싶었다. 지금은.. 체력이 너무 떨어져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햇빛에 그을린 목을 빼고 기다리는 사람들 앞에 먼지를 일으키며 쌔앵 나타나 주는 시골 버스 기사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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