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항암 하는 날
1차 항암 후 정확히 2주가 지나니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갔다. 각오는 했지만 억지로 잡아 뜯어낸 것도 아닌데 한 움큼씩 빠져나오니 덜컥 겁이 났다. 같은 환우들은 눈 딱 감고 빡빡 밀었다고들 한다. 그래야 될 것 같은데 용기가 나지 않아 며칠을 더 있었는데 나의 동선 따라 머리카락 나 뒹구는 것 치우는 것도 일이라 단디 맘먹고 밀고야 말았다. 충격이었다. 어느 절에서 내려온 못난 비구니 같았다. 머리카락 머리스타일이 얼마나 크게 미모를 좌우하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다.
미리 준비해둔 항암모자를 자나 깨나 쓰고 다녔고, 덥지만 외출할때는 가발을 쓰기도했다.
2번째 항암하는 날
7월 25일 혈종내과 진료 전 2시간 먼저 병원 도착해서 피 뽑았다. 그리고 진료까지 약 2시간을 기다려 혈종내과 진료를 봤다. 항암 때마다 친구가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루했을 것이다. 친구랑 차 한잔 하며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 친구 덕분에 항암 하러 다니는 시간들이 나름 즐거운 시간이었다. 혈종내과 진료는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1차 항암시 힘들었던 몇 마디 전달하면 약 처방 해 주고, 주의사항 설명하고 진료는 끝났고, 진료실밖에서 조금 기다리면 간호사는 다음 3차 항암 진료 날짜를 예약해 주고 낮병동으로 이동하라는 안내 했다.
1차 항암 후 손등 혈관에 맞은 항암주사로 인해 손등 혈관 따라 푸르뎅뎅 검게 색이 변한 현상이 생겼다. 독한 항암약으로 인해 혈관이 탔다고 표현하더라. 그 부분이 아픈 건 아니지만 약간 검붉게 깊게 탄 부분은 가렵다고 했더니 혈종교수님은 바르는 로션연고(락티케어 HC)를 처방해 주었다.
혈종내과에서 쥐어준 안내서를 들고 3층 낮병동에 접수하면 항암주사 맞는 방이 바로 잡히는 줄 알았다. 3주 전 1차 때는 기다림 없이 항암주사를 맞았던 것 같았는데( 나중에 기억을 더듬어보니 1차 때도 진료보고 이틀 후로 항암 날을 잡아주었다 ) 낮병동에서는 3일 후로 항암날을 정해주었다.
나는 뭔 소리냐고 펄쩍 뛰었다. 지방에서 항암 하러 와서 며칠을 서울에서 머물다 항암주사 맞고 가라니 어디서 잘 것이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며칠을 머물라니 말이 안 된다고 소심하게 항의하며 하소연을 하였다. 사흘간 아이들 집에서 지내도 되지만 날은 덥지 좁은 집에서 서로가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닐게 뻔하기 때문이다.
소심한 항의와 하소연이 통했는지 아니면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에게 의례히 하는 절차인지는 모르겠으나 낮병동 간호사는 오후 타임에 대기를 타 보라고 했다. 대기순서는 세 번째인데 불발될 수도 있다고 그래도 대기하겠냐고 물었고, 난 오케이 오후 2시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서울대학병원 안에는 넓은 공간에 식당들과 카페, 휴게공간이 있다. 환자 보호자나 환자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도 있고, 직원 식당까지 환자보호자들이 이용할 수 있었다.
친구와 밖에 나가 점심도 먹고, 차도 마시고 다시 병원에 들어와 낮병동 대기실에 앉아 기다렸다.
간호사는 남자병동 빈자리가 났는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나는 당연 괜찮다고 의자에 앉아서 맞으라 해도 그렇게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수납창구에서 먼저 계산했다. 1차 항암때와 같은 약으로 2차 항암을 하게 되었고 오후 2시부터 6시간 동안 항암주사를 맞았다.
아들은 내려가는 기차표 시간을 정정해 오후 8시 이후로 다시 예매를 해주었고, 친구는 주사 맞는 나를 지켜보다 돌아갔다. 1차 항암때와 마찬가지로 항암주사 맞는도 중에 항암부작용 약(구토방지, 진통제등 )과 백혈구 촉진제를 전해주었고, 주의사항을 설명해 주었다. 1차 항암주사 맞을 때보다는 수월했다. 다행히 6시간 동안 항암주사를 맞고 나서 부작용이나 큰 불편함은 없었다. 미리 예약한 기차 시간표에 맞춰 기차를 타고 내려올 수 있었다.
2차 항암 주사를 맞고 다음 3차 항암까지 3주간은 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캐어를 했다. 몸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혈액검사 시 백혈구 수치가 낮거나 항암 받을 몸 상태가 안되면 헛걸음만 하게 되는 꼴이라 항암으로 온몸이 천근만근 힘들어도 적당한 운동도 해야 하고, 입안이 헐어 먹기 힘들어도 억지로라도 먹어야 했다. 항암 후 1주~2주 중반까지는 기운도 없고, 입안도 헐고, 몸도 무겁고, 잠도 못 자고 힘들었다. 3주 접어들 무렵이 되면 기운이 올라오고 입맛도 돌고 컨디션이 회복이 되었다.
친구말대로 집에서 생으로 견디는 것보다 요양병원에서 아플 때 물리치료도 받고, 면역주사도 맞으며 병원시스템대로 치료를 받으니 한결 수월하고 몸 컨디션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