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유방암치료이야기

3차 항암

by 백일홍

3차 항암 진료는 2차 항암날로부터 3주 지난 날자보다 좀 빠른 날자로 잡아주었다. 항암 낮병동에서는 2차 항암주사를 맞기 전 몸의 상태를 문답하고, 약복용 상황, 다음 회차 항암날 예약 등 상담을 한다. 주말이 겹치면 기차표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더니 월요일인 8월 6일로 날자를 잡아주었던 것이다.

배려에 감사했고 3주가 꼭 지나지 않아도 컨디션만 좋으면 항암주사를 맞아도 되는 줄 알았다.


8월 6일 아침 일찍 도착하여 채혈을 먼저 하고 2시간쯤 지나 혈종내과 진료를 봤다. 피검사 결과 이상소견이 없다고 했다. 이 말은 즉 3차 항암을 해도 되겠다는 말이다.

혈종내과에서 안내해 준 대로 3층 낮병동에 접수를 했다. 이날은 2차 때 대기타 보라는 간호사가 비번인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간호사는 당연하다는 듯 항암 날짜를 일주일이 지난 13일 자로 정해주었다. 하루 이틀 후로 잡을 수 없겠냐고 부탁했다. 빡빡한 일정표를 들여다본 간호사는 13일까지는 조정이 안된다는 말만 반복했고, 대기를 타 보라는 말도 없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의 상황을 배려하고자 하는 마음이 일도 없어 보였다.


혈액검사 결과는 3차 항암을 해도 이상 없다는 소견이 나왔다 일주일 후에 오기가 쉽지가 않으니 일단 13일로 잡아놓고 오늘과 내일 대기를 타겠다고 했다. 간호사는 대기를 타도 꼭 항암주사 맞을 자리가 나온다 보장은 못한다며 대기를 탈 거면 13일은 예약 잡을 수 없다고 했다. 참 융통성이라고는 없는 벽창호 같은 간호사였다.


오늘 오후 2시까지 대기 타보고 안되면 내일 아침 다시 와서 대기를 타 보면 자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좋다고 했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멀리 지방에서 장시간 기차를 타고 또 오랜 시간 동안 병원 딱딱한 의자에 앉아 기다리려니 내 처지가 참 안됬다는 생각도 들었다. 항암 후 컨디션 조절이 잘 되었다고 하지만 진짜 몸 상태는 건강한 상태와는 완전 다르다. 밖에서 조금만 무리해도 피곤함이 빨리 몰려왔다. 항암 후 온몸은 푸석푸석 부어 있는 상태로 힘들 때 눕거나 편히 쉼이 없으면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붓고 온몸은 천근만근이 되어 걷기조차 사실은 힘들었다.


8월 6일 오후대기는 불발되었고, 다음날 아침 8시에 나와 대기를 탔다. 2차 때 대기타 보라고 말해 주었던 간호사가 보였다. 한가한 빈틈을 타 이런저런 사정얘기를 해 보았다. 일정표를 다시 훑어보더니 도저히 날자를 맞춰보기가 쉽지가 않다며 8월 15일 연휴가 토요일 앞에 끼어 있는 바람에 13일 예약도 8월 7일 오늘은 잡을 수없다고 했다. 일단 가장 가까운 날자 8월 16일 토요일 오전으로 예약을 잡아놓고 대기를 타는 것도 좋은데 항암 3주가 안된 시점이라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대기를 타도 좋은데 무작정 와서 기다리기보다 전화로 안내를 받을 수 있다고 미리 전화를 해도 된다고 했다. 더운 날씨에 몸도 힘들건데 새벽부터 나와 고생하신 것 같다는 위로의 한마디에 눈물이 날뻔했다.


서울에서 머물 기간을 줄여보려다 오히려 늘어나게 생긴 꼴이 되어 버렸다. 16일 토요일 항암 후 내려가는 기차표를 구할 수도 없었다. 아이들은 며칠이고 서울서 머물다가면 안 되겠냐고 하지만 내가 빨리 내려가고 싶어 안달복달했던 것 같다. 좁은 아이들 자취집에서 쉴 공간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솔직히 아픈 엄마모습 보이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는데 도리가 없었다.


표 구할 수 없어 더 머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소식을 전해 들은 남편은 차를 가지고 오겠다고 했다. 좁은 자취집에서 한 사람 더 보태면 아이구야~ 싶었다.

남편은 8월 15일이 연휴에다 16일 주말이 이어지니 겸사겸사 아이들도 보고 서울 친구들도 모처럼 만나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8월 14일쯤 와서 같이 서울에서 머물다 16일 항암하고 바로 내려가기로 의논을 했다.


열흘간 아이들 집에서 머물면서 제일 좋았던 건 해외학회를 앞둔 딸냄 수다 듣는 거였다.

8월 16일 토요일 오후 3차 항암 후 남편과 느근하게 서울을 빠져나왔다.



3번의 항암으로 온몸의 털은 거의 다 빠져나갔고 속눈썹까지 휑한 꼴이 되었다. 어쩌다 만난 아는 사람들은 아픈 사람치고 피부가 맑고 좋다고도 했다. 항암약이 독해서 올라오는 기미 주근깨도 털 빠지듯 빠져나갔나 싶었다.

손톱과 발톱은 까맣게 색이 변했다.


항암주사를 맞고 24시간 후에 백혈구촉진제는 매차마다 맞았다. 항암 후 3일 정도 지나면 온몸이 얻어맞는 듯 아파오고 걷기도 힘들었다. 입안이 헐고 입맛도 없었다. 그렇다 해서 늘 침대에 누워 있을 수도 없다. 적당한 운동 (주로 걷기)을 해야 기력이 생기고 차츰 회복이 되어감을 느꼈다. 나는 오전 1시간 정도, 저녁 먹고 30분 정도 걷기를 했다.


암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도움이 컸다.

일주일에 한 번 면역주사와 항암치료주사를 맞으며 고주파치료, 도수치료, 물리치료, 요가체조, 온열치료를 받았다. 특히 하루 세끼 신선한 재료로 영양분을 골고루 갖춘 식사. 남이 해준 끼니는 편하고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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