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정
대문 안쪽으로 이런 애호박 두 개가 놓여있더라고
저녁 대문 닫으러 간 남편이 들고 들어왔다.
누가 갖다 놨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랫집 할머니.
올해 유난히 할머니네 집 호박 농사가 풍년이다.
우리 집 대문 너머 할머니네 텃밭에 호박을 심으면서 하신 말씀
“호박 열리거들랑 언제든 따 잡수소.”
라고 했지만 그곳에 심은 호박은 두해 동안 제대로 열리지 않고
말라비틀어진 호박 줄기 쓰레기만 남겼드랬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맷돌호박이 누렇게 익어가는 걸 볼 때마다
우리 집 찌질한 호박과 비교가 되면서
부럽기만 했다.
다섯 개 누런 호박을 수확하는 날.
누런 호박 한 덩이가 우리 집 대문 안쪽에 놓여 있었다.
남편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예쁜 누런 호박을
황토방에 장식용으로 갖다 놓더라.
한날 그걸 꺼내와서는 껍질을 벗기고
얇게 잘라 햇볕에 말렸다.
'호박 시루떡을 해서 갈라 먹어야지~'
장식용으로 둬 봐야 먼지만 쌓이고
아껴봐야 결국 똥만 된다는 나의 계산이다.
추석 전에 요런 호박 찰 시루떡을 해서
이웃들과 갈라 먹었다.
그런데 또 보드라운 애호박을 갖다 놓으신 거다.
오래 두면 안 되는 애호박
얇게 썰어 호박볶음을
참기름 두르고 다글다글 볶다가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다진 마늘을 약간 넣어 한 번 더 볶고 나서는
참깨를 솔 솔 솔 ~~
맛있다. 참말로 맛있다.
많은 건 우리 꺼. 작은 건 할머니 꺼.
#호박시루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