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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Oct 05. 2022

귀촌일기. 3

이웃의 정


대문 안쪽으로 이런 애호박 두 개가 놓여있더라고









저녁 대문 닫으러 간 남편이 들고 들어왔다.

누가 갖다 놨는지 충분히 짐작이 간다.

아랫집 할머니.


올해 유난히 할머니네 집 호박 농사가 풍년이다.

우리 집 대문 너머 할머니네 텃밭에 호박을 심으면서 하신 말씀


“호박 열리거들랑 언제든 따 잡수소.”

라고 했지만 그곳에 심은 호박은 두해 동안 제대로 열리지 않고

말라비틀어진 호박 줄기 쓰레기만 남겼드랬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맷돌호박이 누렇게 익어가는 걸 볼 때마다

우리 집 찌질한 호박과 비교가 되면서

부럽기만 했다.


다섯 개 누런 호박을 수확하는 날.

누런 호박 한 덩이가 우리 집 대문 안쪽에 놓여 있었다.

남편은 보기에도 탐스럽고 예쁜 누런 호박을

황토방에 장식용으로 갖다 놓더라.


 한날 그걸 꺼내와서는 껍질을 벗기고

얇게 잘라 햇볕에 말렸다.

'호박 시루떡을 해서 갈라 먹어야지~'

장식용으로 둬 봐야 먼지만 쌓이고 

아껴봐야 결국 똥만 된다는 나의 계산이다.

추석 전에 요런 호박 찰 시루떡을 해서











이웃들과 갈라 먹었다.


그런데 또 보드라운 애호박을 갖다 놓으신 거다.

오래 두면 안 되는 애호박 

얇게 썰어 호박볶음을

참기름 두르고 다글다글 볶다가 새우젓으로 간을 하고

다진 마늘을 약간 넣어 한 번 더 볶고 나서는

참깨를 솔 솔 솔 ~~


맛있다. 참말로 맛있다.









많은 건 우리 꺼.  작은 건 할머니 꺼.


 #호박시루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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