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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Oct 04. 2022

귀촌일기. 2

이웃집 할머니


꼬부랑하니 지팡이를 짚고 검은 봉지 하나 들고서 마당으로 들어서는 할머니.

봉지 안에는 아기 궁디같은 뽀송한 복숭아와 우리 집 유리그릇이 들어있다.

며칠 전 저녁으로 카레를 만들어 남편과 둘이 먹기엔 양이 좀 많아 할머니 한 그릇 갖다 드린 유리그릇이다.


“할머니!. 이런 거 사서 이렇게 들고 오시면 다음엔 나눠먹는 거 할 수가 없어요”


“ 아이고 내가 산거 아이다. 아 들이 이것저것 사왔싸서 나도 혼자 먹기 많아서 들고 안 왔나~” 


가끔 카레나 짜장밥을 하게 되면 꼭 양이 많더라.

남아 식어지게 되면 다시 먹어지지가 않게 되더라고~

따뜻할 때 혼자 지내시는 이웃집 할머니와 나눠 먹는다.

할머니도 혼자 먹으려고 이런저런 음식을 잘 안 하게 되더라고 작은 것이지만 늘 고마워한다.


길을 사이에 두고 한쪽은 할머니 텃밭 맞은편은 우리 텃밭이다.

할머니가 감자를 심으면 우리도 감자를 심는다.

할머니가 배추를 심으려고 밭을 고르고 퇴비를 뿌리면 우리도 텃밭 풀을 메고 땅을 골라 퇴비를 뿌린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농사짓는 법을 터득한다.


같이 심었던 호박이 할머니네가 풍성하게 열리면 애호박일 때 몇 덩이, 늙은 호박이 되어도 몇 덩이 우리 집으로 건너온다. 강낭콩이 두 불 콩이라고 이른 봄에 한 번 초여름에 또 한 번 할머니는 꼭 콩을 심는다.

콩을 수확하면 밥에 놔먹으라고 또 한~ 봉지가 건너온다.

우리 텃밭을 건너다보시고 열무가 없다고 열무 한 보따리 뽑아 꼬부랑거리며 대문 안쪽에 놓고 가시기도 한다.


나는 강낭콩을 넣고 카레를 만들기도 하고 늙은 호박으로 호박떡을 하고, 열무김치를 담기도 해서 할머니와 나눠먹는다.


60을 코앞에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고 할머니는 새댁이라고 부른다.

오늘 아침엔 우리집 마당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할머니는 늙은 우리에게 코로나 백신을 먼저 줄 게 아니라

활동이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먼저 맞혀줬어야 한다고 늙은 우리야 주사를 맞든 안 맞든 집에 가만히 들어앉아 있는 날이 더 많은데 활동하는 젊은 사람들이 꼼짝을 못 하니 큰일이라고 걱정하시고는 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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