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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Oct 05. 2022

귀촌일기. 4

바질에 씨가 맺히다니~ 

바질에 씨가 맺혀 떨어져 다음 해 자연 발아된다는 얘기는 들어봤다.

어느 누구는 너무 많이 발아되어 솎아낸다는 소리에

어쩌면 그렇게까지 될 수 있을까?  엄청 부러웠다.



토종 허브도 아닌데 한번 맛본 독특한 향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재작년 텃밭에 길러 바질 페이스트를 만들어

스파게티에도 넣고 빵에도 찍어 먹으니 참 좋았다.

작년엔 모종을 구하지 못해 씨앗을 얻어 심었지만 실패해 아쉬웠다.



올해는 제일 먼저 바질 씨앗을 구입해 뿌렸다.

구입한 씨앗 한 봉지에서 싹이 3개 올라왔다.

나름대로 정성 들여 보살폈건만 

실력 부족인지 ~~



올라온 3개의 싹은 하나라도 놓칠 수 없어

날마다 들여다보고 상태를 살피며 애지중지 가꿨다.

주변으로 화초들이 자라나니 바질이 크는 곳엔 그늘이 

져서인지 성장이 더디었다.

볕이 잘 드는 곳으로 뿌리가 상하지 않도록 흙을 듬뿍  떠서  옮겨 심어 주었다.



잘 옮겨 주었다 싶다.

무럭무럭 잘 자라 한 여름 입맛을 돋우는 바질 페이스트. 

상상 만으로도 즐거웠다.

긴 장마 중에도 세 그루 바질은 잘 자라 풍성해졌다.

반질하고 풍성해진 잎사귀를 한 바구니 땄다.

잎사귀를 딸 때마다 코끝을 자극하는 향이 너무 좋았다.



바구니에 담긴 바질 잎을 본 남편은 왜 채집했냐고 묻는다

왜긴 몰라서 묻는가? 

요리를 하려고 하지~

상차림 하여 내놓으면 마다하지 않잖아~



어제 모기가 극성이어서 살충제를 뿌렸으니 찝찝하단다.

하필?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버렸다.

진즉 얘기했더라면 잎사귀 따는 걸 며칠 미룰 걸 

아깝다.

내가 먼저 물어봤어야 했나?



다시 자랄 때까지 기다려야지~

일주일이 지나고 부산 아이들에게 다녀오고 며칠 더 지났다.

바질 잎이 다시 자라 튼튼해져 있었다.

바질 잎을 따야지 싶어 말을 꺼내려하니

남편은 미리 선수치 더라.

어제 살충제 쳤으니 토마토 외에 다른 채전은 채집하지 말란다.



아~C~~ 정말~

나도 모르게 머릿속에서는 오만 욕이~

싫다. 

정말 싫다.

시골에서 농사짓는 이유를 모르겠다.

살충제 친다 해서 모기가 박멸되는 거 아니다.

그때뿐인걸.



돈 들여, 시간 들여, 품 들여 

실컷 키워서 뭐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 

시골 살기가 싫어진다.

손바닥만 한 텃밭이어도 좋다 

내 맘대로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싶다.



난 바질을 좋아한다고 날마다 

떠벌리며 말하지 않아도

같이 산다면 상대가 왜 저렇게 애지중지하는지 알아야 되는 거 아닌가?



애써 가꿔놨는데 

딱 수확하는 적절한 시기에 살충제를 쳐 버린다.

애쓴 노력을 뭉개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웃이 우리 집 쪽으로 약을 치지 말아 달라 하면 

그 한마디에 몇 날 며칠 단속할 것이다.



근 30년을 한집에서 부부로 살았으면서.....

배려라는 말 의미를 아는지 모르겠다.



마음을 헤아려 주었으면 좋겠는데

본인이 원하는 위함은 난 필요 없다. 










막바지 잎사귀 채집해 건조를 시켜야겠다.

맺힌 바질 씨 일부는 떨어져 자연 발아되기를~ 

일부는 채집해 아래 텃밭에 뿌려볼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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