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영미 Oct 07. 2022

귀촌일기. 6

흰민들레 김치 담기.

지금쯤 무잎을 솎아내어 열무김치 한번 담가 먹어봐야 하는데

우리 집 무와 배추는 남편의 부지런함인지 미련함인지

농약 범벅을 해 놓는 바람에...... ㅠㅠ

물뿌리개에 물을 담아 몇 번을 왔다리  갔다리 하며

농약 잔여분을 씻어내어 일부는 살려놨으나

솎아낸다 한들 도저히 먹거리로 사용할 수가 없다.


옆집에서 무잎에 멸치 액젓을 넣고 붉은 고추,  풋고추를 갈아

담은 열무김치를 나눔 해 주어 맛있게 먹었다.

오늘 아침에는 아랫집 할머니께서 솎아낸 무잎을 한 아름 주셨다.

건너다본 우리 집 텃밭의 무와 배추가 영 시원찮아 보였는가 보다.


신은 공평하다 했던가.

잡초로 무성했던 밭두렁. 

얼마 전에 예초기로 한번 밀어냈던 그 자리.

봄이 되면 항상 그 자리에 흰민들레가 무성하게 자라는 그곳.

애써 가꾸지 않아도 그곳엔 보드라운 흰민들레 싹이 

무리를 이루며 올라와 있다.


어느 봄날 밭작물보다 더 싱싱하게 올라오는 민들레를 보고 

민들레 김치를 만들어 보라는 친구의 말이 퍼뜩 떠오른다.

애써가꾼 채소는 우리 차지가 안 되는 것 같고

신께서 길러주신 청정한 민들레로 김치를 담아봐야겠다 싶어

채집해 씻었다.

생각보다 양이 많다.


찹싹죽+고추가루+멸치액젓+마늘+돌복숭 효소+돌배 효소+통깨를 넣고 잘 섞어 양념을 만들었다.

민들레 잎은 보드라워 소금에 절이지 않고

바로 양념을 넣고 부드럽게 치대 주었다.

양념에 묻은 민들레 잎 하나 맛을 보니

멸치 액젓을 사용해서인지 감칠맛이 돌고 맛있다. 

약간 쓴맛이 느껴지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양껏 담지 말자.

남은 민들레는 내일 아침 사과와 함께 갈아 즙을 내어야겠다.

열무김치는 할머니께서 솎아 주신 무잎으로 담았다.


모르면 잡초 알면 약초 

우리의 들판은 알고보면 약초, 먹거리가 가득한 냉장고다.

왼쪽은 민들레김치,  오른쪽은 열무김치










작가의 이전글 귀촌일기. 5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