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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영미 Oct 12. 2022

귀촌일기. 7

뜬금없는 인연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시고 작품 활동을 하시는 화가이시다.

뜬금없는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이른 아침 시커먼 마스크를 둘러쓴 낯선 중년부부가 대문으로 들어서는 걸 보고서 남편은 아침 밥숟갈을 들다가 허겁지겁 나가더니 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

누구시길래 이야기가 길어지나? 싶어 빼꼼 내다보니 처음 본 사람들인데 이미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마당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열심히 설명 중이다.


낯선 분들은 우리 마을의 위양못 아침 산책을 즐기신다고 하셨다.

위양못을 한 바퀴 돌고 신위양지가 있는 지싯골까지 산책을 하면서 우리 집 앞을 지나는데 오늘은 맘먹고 구경 한번 하고 싶어 열린 대문으로 살짝 발을 들였는데 남편에게 들켜버렸단다.

봄에 대문 너머로 활짝 핀 튤립과 수선화에 반했다고 그 뒤로도 몰래 대문 밖에서 우리 집 마당을 구경하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 봤다고 했다.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이신데 박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닝커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 끝에 저녁 초대를 받게 된 것이다.

참말로 뜬금없는 부부이시다.

같은 동네 주민은 아니지만 같은 면 소재지 주민이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초대받은 낯선 부부 댁에 갔다. 우리 부부도 참 뜬금없다 싶다.


남편도 아내도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하시고 우리 같은 시골은 아니지만 도심을 벗어난 곳으로 귀촌을 해서 인생 이모작을 실행에 옮기신 분들이다.

남편의 공방엔 전문가 못지않은 목재공방 장비가 갖춰져 있고 한편에 색소폰 연습실, 노래방 시설 

뜬금없이 이 공방을 들어온 손님은 무조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순서를 정하시드마는~~~~

알고 보니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뽐내고 싶으셨지 싶다.

몇 곡의 노래와 색소폰 연주를 라이브로 뜬금없는 손님으로 영광스러운 접대를 받는 기분이다. 


나의 고정관념 속의 교장 선생님은 근엄하시고 훈시적이며 어딘지 딱딱한 느낌의 친근감을 갖기 힘든 

그런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교장선생님?  알쏭달쏭하였다.


장독대가 있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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