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는 인연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임을 하시고 작품 활동을 하시는 화가이시다.
뜬금없는 인연이라고 해야 하나? 이른 아침 시커먼 마스크를 둘러쓴 낯선 중년부부가 대문으로 들어서는 걸 보고서 남편은 아침 밥숟갈을 들다가 허겁지겁 나가더니 들어올 생각을 안 했다.
누구시길래 이야기가 길어지나? 싶어 빼꼼 내다보니 처음 본 사람들인데 이미 알고 지낸 사이처럼 마당 이곳저곳을 안내하며 열심히 설명 중이다.
낯선 분들은 우리 마을의 위양못 아침 산책을 즐기신다고 하셨다.
위양못을 한 바퀴 돌고 신위양지가 있는 지싯골까지 산책을 하면서 우리 집 앞을 지나는데 오늘은 맘먹고 구경 한번 하고 싶어 열린 대문으로 살짝 발을 들였는데 남편에게 들켜버렸단다.
봄에 대문 너머로 활짝 핀 튤립과 수선화에 반했다고 그 뒤로도 몰래 대문 밖에서 우리 집 마당을 구경하고 가곤 했는데 오늘은 용기를 내 봤다고 했다.
우리 집을 찾아온 손님이신데 박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닝커피 한잔 대접해 드리고 이런저런 얘기 끝에 저녁 초대를 받게 된 것이다.
참말로 뜬금없는 부부이시다.
같은 동네 주민은 아니지만 같은 면 소재지 주민이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초대받은 낯선 부부 댁에 갔다. 우리 부부도 참 뜬금없다 싶다.
남편도 아내도 교장선생님으로 정년퇴직을 하시고 우리 같은 시골은 아니지만 도심을 벗어난 곳으로 귀촌을 해서 인생 이모작을 실행에 옮기신 분들이다.
남편의 공방엔 전문가 못지않은 목재공방 장비가 갖춰져 있고 그 한편에 색소폰 연습실, 노래방 시설
뜬금없이 이 공방을 들어온 손님은 무조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순서를 정하시드마는~~~~
알고 보니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을 뽐내고 싶으셨지 싶다.
몇 곡의 노래와 색소폰 연주를 라이브로 뜬금없는 손님으로 영광스러운 접대를 받는 기분이다.
나의 고정관념 속의 교장 선생님은 근엄하시고 훈시적이며 어딘지 딱딱한 느낌의 친근감을 갖기 힘든
그런 분위기일 것 같았는데 교장선생님? 알쏭달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