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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들

오징어 게임 시즌 2

by 아라베스크


오영일의 게임 참가 목적은 참가자들의 혼란과 와해와 성기훈을 조력하며 관찰하는 데 있는 것 같고 성기훈의 참가 목적은 게임과 컨트롤러의 파괴와 프론트 맨을 죽이고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다. 오영일은 성기훈을 바라보며 위선을 느끼고 혐오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 성기훈은 참가자들을 구한다 말하지만 반대파와 진행 요원, 심지어 상황 전복을 위해 일부 사람들이 희생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듯하다. 이번 시즌 성기훈이 첫 게임에서 모두를 구하려는 구세주처럼 보였으나 목숨을 위협받자 가치관을 공유하는 사람들하고만 연대 의식을 다지는데, 그중엔 오영일이 있다. 오영일은 성기훈이 자신과 다를 바, 나은 바 없으면서 분개하고 선동하는 모습이 역겨웠을 것이다. 실제 시청하는 나도 그것을 느꼈다.


그래서 작품이 무엇을 완성하기 위해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마지막 쿠키 영상을 보기 전까지 생각했다. 이전 시즌보다 인물들의 구도, 대립이 더 다양하게 느껴지진 않고 그렇다고 인물들의 계층이 사실적으로 와닿지도 않았으며 과다한 설정이 오히려 게임 진행을 늦추고 있는 게 아닌가란 생각도 들었다 - 똑같은 걸 또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나는 지금도 1, 2 시즌에 나온 모든 게임들이 특별히 재미있는 게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작품에 구현되는 게임들은 게임 자체의 재미보다 누구와 하느냐, 어떤 상황을 맞게 되느냐가 게임 재미를 좌우한다. 동료였던 적을 맞게 된다던가, 혼자만 살아남아 상대를 이긴다거나 하는 구도가 게임의 재미를 결정한다. 그래서 이번 시즌에 나온 게임들은 이전 시즌과 달리 재미가 없다. 이번 시즌에선 게임이 끝나고 참가자들에게 발생하는 상황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에 흥미가 떨어진 건 앞서 말한 과다한 설정이 게임도 늦추지만 인물 간 갈등에도 다 보이지 못한 채 끝이 나 주요 인물들 죽음에 개연성과 설득력이 결여돼서였다. 특히 세미와 타노스가 그랬다. 극단적 비교 같지만 이전 시즌에서 마지막 게임 전 식사 후 모든 것이 치워지며 나이프 하나만 각자에게 놓이는 걸로 각인되는 이미지를 김밥과 같이 준 포크로 대체하기엔 역부족인 것이다. 이번 시즌에서 그 어떤 것도 식탁 위 나이프를 대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쿠키 영상에서 나는 내가 잘못 생각한 게 아닐까 의문했다. 쿠키 영상에 담긴 영희와 철수, 번호들만 보이는 세 사람의 뒷모습이 불러일으키는 감정은 내가 기대할 수 있는 것, 그리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이 무언지를 정확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난 단순하고 유아적인 게임에 사연 있는 인물들의 삶과 죽음이 조금도 무겁지 않게 극명히 갈리는 비극적이면서 희극적인 상황들을 오징어게임에서 보고 싶었던 것 같다. 참가자들은 살기 위해, 상금을 가지고 나가리란 희망에 적극적으로 게임에 임하고 너무나 하찮은 실수로 죽는다. 이 하찮음이 그들에겐 너무 무겁지만 시청자들에겐, 오징어게임을 시청하는 우리에겐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다. 여기서 내가 생각하는 건 프론트 맨의 목표는 바로 우리, 넷플릭스에서 이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를 만족시키기 위해 이번에도 게임을 흥행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점이다. 작품에서 주 시청층이 누구인지를 조금도 암시하지 않는 점. 나는 이번 시즌 쿠키 영상을 보고 그게 왜 그런 것인지 깨달았다.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각은 흥만 깰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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