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도서관 22권
독서 챌린지 참여를 결정하면서 바벨의 도서관 전집을 전부 다시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첫 작가는 사키. 책에는 이 필명이 페르시아어로 술 대접하는 사람이란 뜻의 루바이야트에서 따왔다고 적혀 있는데 이는 오류다. 중세 페르시아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 시인인 오마르 하이얌의 시집 루바이야트에 나오는 술좌석에서 시중드는 여인의 호칭에 따온 것이며 뜻은 빛나는 자이다. 아마도 보르헤스의 서평에서 이 필명을 모호하게 언급하는 부분 때문에 이렇게 오기한 듯하다.
타이틀은 토버모리란 단편 제목인데, 정확히 이 단편부터 인물들의 불안이 문자 그대로의 의미로 확대된다. 보르헤스가 말한 것처럼 토버모리란 동물은 이성을 지닌 인간의 모습이기에 우리에게 위협이 된다. 토버모리 이전까지의 단편들에서 불안은 무시되거나 꾸며진 이야기, 해결 가능한 신들의 장난 정도에 그쳤다면 토버모리 이후부터 방안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적 위협이 되고, 바탕이란 작품을 지나 열린 유리문까지 불안은 인물들의 삶과 운명을 변형, 혹은 고정시키는 주요 요소가 된다.
그리고 훌륭한 단편 두 편 스레드니 바슈타르, 침입자들에서 불안은 변주되어 요소 자체가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메타포가 되는데 이는 찬송가에서 일반 명사로 신성을 감지하는 종교적 성격과 닮아 있다. 스레드니 바슈타르에서 아이에게 긴털족제비는 외경할 수밖에 없는 신의 사자이고, 침입자들에서 두 인물의 결말은 구원의 잔인함을 암시하기 때문이다. 두 작품에서 결정적 명사는 대상을 초월해 각 인물들의 운명을 부른다.
나는 침입자들이란 단편을 매우 좋아하는데, 이 단편은 단편만 읽는 것보다 단편집 처음부터 시작해 마지막 편인 침입자들을 읽어야 감상이 깊어진다고 생각한다. 아픔이 깊어 독자는 현실로 돌아온다. 빛나는 자의 선물은 이 과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