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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May 17. 2023

참을 수 없는 화

"아주 착하고 어른스러워" 어려서 자주 들었던 말이다. 

착하다는 말은 나에게 살아가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막내동생에게 항상 마음의 짐처럼 남아 있는 사건이 있다.

내가 아끼는 전등을 놀다가 깨버렸던 것이다.  화가 나서 나도 모르게 동생에 세 손찌검을 했다.

동생은 나와 10살 차이가 난다. 장녀인 나는 동생을 평소에 애지중지했었다. 그깟 전등을 좀 깼다고 동생을 때린 것은 내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때 동생은 "언니 미안해, 때리지 마 무서워"라고 말을 했었지만 그런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나 자신이 너무나 무섭고 싫었다.

평소에는 말이 없고 순하고 착하다는 말을 듣고 자란 나는 화가 나면 표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이다.

"티브이를 또 ... 파손시킨 티브이는 저희가 사서 보내드릴게요. " 

그녀의 부모님은 화가 나서 파손시킨 티브이를 또 보상해 주려고 한다.

그녀는 평소에는 조용히 있다가 갑자기 화가 나면 티브이를 주변의 물건으로 부숴버리고 있다. 

식사를 하다가 앞사람의 머리를 잡고 흔들기도 한다.

평소에는 "빵 줘 빵 줘"라고 하면서 간단한 말을 하고 애교가 있는 인기가 많은 아가씨이다. 

초등학교 때는  공부를 잘하고 부모님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장녀였었다.

아마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후유증으로 지적장애와 화가 절제가 안되어 폭력이 나오고 있다.

시설에 20대에 들어와서 10대 이상은 티브이를 파손시켰을 것이다. 

함께 사는 사람들 중에 머리채를 잡혀보지 않는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싫은 소리 하지 않고 함께 지내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알기 때문이다. 

시설에서는 분노조절장애가 많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다가 갑자기 화가 나면 절제가 안되어 폭발하게 된다. 점차 우리는 모여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슬픔, 걱정, 당황스러움, 죄책감 등 

평소에 모여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고 화가 나면 어떻게 풀지 등 다양한 방법도 나누게 되었다.

서로 대화를 하면서 점차 자신의 마음도 이야기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시간도 되었다. 

화가 나면 숫자를 세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그림이나 글을 쓰는 방법도 이야기하기도 하였다. 

자신의 감정을 글로 아침마다 기록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녀의  폭력은 점차 사라지고 티브이도 부수는 일은 없다.

조금씩 번화하고 있는 그녀는 평소에 마음의 변화가 있으면 종이와 펜을 가지고 뭔가를 그리고 있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해소하고 있는 중이다. 

언젠가 가족행사에서  동생들과 과거 이야기를 하고 있다. 동생에게 난 "미안했어 그때 언니가 때린 것 말이야."라고 하자 동생은 "언니가 그때 무서웠어. 언니의 평소 모습이 아니었어. 하지만 다 잊었어."라고 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나의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뎌지기도 한다.

고정관념을 가지고 유연성이 떨어지기도 하면서 화 조절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려보는 것도 중요하다.

분노조절을 위해서 유연한 사고방식과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어야겠다.

불만스러운 상황도 유머로 대응하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를 내면 나만 손해일 것이다. 나의 건강을 위해서도 화보다는 유머로 하루를 즐겁게 보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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