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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라클 Jul 04. 2023

여름과일

아빠와 복숭아


여름이 기다려진다.

여름 과일 중에 복숭아가 기다려지기 때문이다.

오후 세시 경이 되면 기관에서는 간식이 나온다.

여름이 되면 복숭아가 한 개씩 나오는데 이모님들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먹고 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 또한 군침이 돈다. 복숭아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직원 중에 복숭아를 보기만 해도 온몸의 두드러기가 나서 우리는 다른 방에서 몰래 먹고 들어온다.

땡볕 속에서 달콤하게 무르익어가는 복숭아가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게 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뜨거운 햇볕 속에서 일을 하다가 나무에 있는 복숭아를 따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밭에서 고추를 따고는 땀을 식힐 겸 나무그늘 밑에 앉아있다.

바로 그때 아빠는 복숭아나무에서 가장 잘 익은 것으로 따서 개울가에서 깨끗하게 씻어서 주셨다.

아빠는 우리들을 위해서 과일나무를 밭에 심어놓으셨다.

그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복숭아는 정성껏 살펴서 아주 과실이 많이 열렸다.

내가 복숭아를 좋아하는 것도 아빠의 사랑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여름밤을 좋아하셨다.

해가 길어서 저녁에는 엄마와 함께 한글을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시는 그 시간이 가장 행복해하셨다. 아빠가 마루에 앉아서 연필을 깎고 계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 현재라는 이름을 써 내려가면서 현재를 행복하게 잘 살고 싶다고 하셨다.

한여름에는 아빠가 따주는 복숭아와 한글을 깨우치려고 노력하시는 그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내가 살아가면서 나의 의지로 살아가기보다는 무언가에 의해 시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일상의 기폭제 같은 나의 삶의 추억들은 내가 힘들 때 살아가는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여름의 추억들은 나를 끊임없이 돌아보게 한다.

내가 형편없어지려고 할 때 아빠의 한글을 배우는 모습이 다시 살아가는 힘을 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면서 깨우치고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는다.

이번 여름밤에는 복숭아를 먹으면서 책을 보면서 아빠의 사랑을 되새겨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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